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가 14일 오전 9시까지 72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사가 그동안 이뤘던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노사 소통이 사실상 막혔다는 판단 때문이다.
철도노조가 내건 요구사항은 △노동시간 단축과 철도안전을 위해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충원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통합, 특히 올해안 KTX-SRT 고속철도 통합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개선 등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 이행 △총인건비 정상화 등 4개 사항이다.
이미 철도노사는 지난해 임금 정상화와 교대제 개편 및 안전인력 충원 등을 합의한 바 있지만, 사실상 사측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이 가운데 핵심 요구사항은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인력 충원과 철도 통합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실시되면서 철도 노사 역시 근무형태를 바꾸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6일 주기로 3조 2교대였던 근무를 4일 혹은 8일 주기로 4조 2교대 형태로 바꿔 노동시간을 바꾸겠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인력 충원을 놓고 노사 양측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노조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체결한만큼 내년 1월 1일 시행이 마땅하다며 이를 위해 인력 충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임금 체계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협안이 유효한 2년 동안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며 인력 충원을 늦추고 있다.
철도노조는 "내년 1월부터 4조 2교대를 시행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 전에 인력충원 규모가 나와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에 승인받고, 채용 절차도 밟아야 하지만 10월인 지금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인력 충원 의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고속철도 통합, 철도상하 통합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는 정부 공약으로 진행하던 '철도산업 구조개혁 평가 연구용역'을 강제 중단하고, 관제권 분리 시도 등 박근혜 정권의 '철도 분할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의 적폐정책으로 탈법적으로 분리된 KTX와 SRT를 올해 안에 통합할 것과 중단된 연구용역의 즉각 재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력 문제의 또 다른 쟁점인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및 자회사 처우개선 문제도 골칫거리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설치해 이미 지난해 생명안전업무의 직접고용 전환, 자회사 동종유사업무 노동자 임금을 80%까지 단계적 실현 등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자회사 사측이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을 이유로 임금 인상률의 상한선을 3.3%로 제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측은 협의체 합의에 대해서도 '본사 80% 임금' 달성 시점은 '단계적'이라고만 규정했을 뿐, 명확한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어 노조로서는 사측의 처우개선 의지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백성곤 미디어소통실장은 "핵심은 노동조건 개선 관련 핵심은 지난해 합의한 인력충원 문제가 가장 크다"며 "이미 시범운영까지 하면서 내년부터 근무체계를 바꾸기 위해 준비해왔는데, 충분한 인력이 추가되지 않으면 근무체계 개편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장시간 야간 근무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철도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체계 개편과 인력 충원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정부가 들어서면서 약속했던 철도 통합 문제는 국토부 김현미 장관 취임 이후 연구용역을 명분으로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정부 집권 중반이 넘도록 성과가 없었다"며 "적폐 정책인 철도 분리 사안에 올해 안에는 해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