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이 2차 검찰 개혁안을 내놓은 14일 전격 사퇴했다. 조 장관은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퇴의 변을 밝혔지만 그의 퇴장은 예상보다 빨랐다는 반응이다.
속전속결식 검찰 개혁이 조 장관의 퇴로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검찰 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이후가 '그 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주 초반에 결정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오늘이 될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이해찬 대표 간에 어느 정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시기는 본인이 결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명 초기도 아니고 조 장관이 검찰 수사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상처를 받을만큼 받은 상황에서 사퇴를 종용하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최고위원도 "(어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었지만) 지도부에서는 논의가 없었다"면서 "이 대표 등 몇 명과만 만나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조 장관 사퇴는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도 여론이 쉽게 반전될 기미없이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더 상황을 방치하면 선거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사의를 밝힌 후 법무부를 나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뉴스로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가 0.9%p로 오차 범위 안으로 좁혀지는 등 여권 내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대통령령 개정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수 있는 일은 거의 다 마무리했기 때문에 검찰 개혁을 위한 조 장관의 역할이 더 이상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국당 등 보수 야당들은 조 장관이 사퇴해야만 검찰 개혁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다음 날일 15일에 법무부 국정감사가 예정된 점도 날짜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라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법무부 국감에 조 장관이 나와봐야 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게 뻔하다"면서 "이 부분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점도 조 장관이 마음을 굳히는 원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추가 기소를 염두에 두고 있어 자칫 검찰 수사에 떠밀려 퇴진하는 최악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몇 차례의 타이밍을 놓쳤지만 그나마 지금이 '명예로운 퇴진'의 적기라는 것이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의 완수를 수 차례 당부하며 35일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이면서도 여권에 정치적 부담이었던 그의 거취 결정으로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