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정식 출간된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
책 표지 상단에 적힌 소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뒷면의 문구는 '왕따였던 어른들이 전하는 '그날 거기''다. 이쯤이면 책 내용이 짐작이 간다. 학창 시절 왕따를 겪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리라는. 표지 귀퉁이의 설명에 다시 눈이 간다. 유튜브 조회수 300만을 기록한 '왕따였던 어른들'의 무삭제판. 지난 10일 정식 출간된 <나의 가해자들에게(씨리얼="" 지음="" l="" rhk(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책 이야기다.
◇ 지금껏 이런 책이 있었나책 <나의 가해자들에게="">에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적이 있는 현재 20~40대 성인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자 5명, 남자 5명의 성인들이 모여서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중학교 때 '은따'를 시작으로 다양한 폭력을 경험한 사람, 초등학교 때 갑자기 친구들이 등을 돌리면서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겪은 사람, 말더듬이 있어 놀림을 받다가 왕따가 됐던 사람 등이다.
이들은 각자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여전히 차오르는 분노에 눈물 흘리기도 하고, 공감대를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십대 때 겪었던 그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고통 이후 수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의 현재는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총 5시간 가량 이어졌던 이들의 대화는 '대담'의 형태로 이 책에 여과 없이 실렸다.
◇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의 시작나의>
씨리얼 유튜브 영상 캡처 화면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왕따'를 소재로 제작된 유튜브 인터뷰 시리즈와 크라우드 펀딩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CBS의 뉴미디어 채널인 씨리얼은 지난 4월 유튜브를 통해 '왕따였던 어른들' 시리즈를 공개했다. 총 세 편인 이 인터뷰 영상 시리즈는 조회수 약 300만 건을 기록했다.
이 시리즈를 토대로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에는 후원금 2400여만원이 모였다. 인터뷰 시리즈를 책으로 엮고, 더 많은 왕따 피해자들이 실제로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토크 콘서트를 열기 위한 펀딩이었다. 지난 6월 열린 토크 콘서트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씨리얼이 펀딩 후원금을 통해 제작한 인터뷰집은 소량의 한정판 독립 출판물이었다. 책을 서점에서도 더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는 펀딩이 끝나고도 쇄도했다. 그래서 정식 출간이 결정됐다. 그 결과물이 바로 10일 출간된 <나의 가해자들에게="">다.
◇ '폭력'을 당해도 싼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 속 일러스트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책 제목은 기존 독립 출판물의 제목과 달라졌다. '왕따'라는 키워드가 최종 제목에서 빠진 이유는, '왕따'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 문제를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이 책은 정확히 그런 류의 시선에 반대하기 위해 태어났다. 어떤 종류의 폭력도 폭력의 이유는 피해자에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어떤 장에서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를 것이다. 책 속 10명의 인터뷰이 중 누구도 폭력을 당할만한 사람은 없고, 그들이 전하는 감정 중 어느 것은 나 또한 어디에선가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왕따 피해자들이 직접 내는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크고 작은 따돌림들은 누구도 무겁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학교 내 공기처럼 깔려있는 폭력의 문화가 어떻게 성장기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직접 왕따에 가담했든, 혹은 멀리서 방관했든, 이 폭력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느낄 수 있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책이다.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듯한 곳곳의 일러스트는 새단장한 책의 묘미다.나의>나의>나의>나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