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말레피센트 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마녀 캐릭터 말레피센트는 동화를 비틀며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뒤집었다. 말레피센트의 두 번째 이야기 '말레피센트 2' 역시 우리가 가진 상식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우리의 믿음의 근간은 어디에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그러면서 '다양성'이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전편보다 한층 더 커진 스케일을 통해서 말이다.
'말레피센트 2'는 강력한 어둠의 요정이자 무어스 숲의 수호자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가 딸처럼 돌봐온 오로라(엘르 패닝)와 필립 왕자(해리스 딕킨슨)의 결혼 약속으로 인간 왕국의 잉그리스 여왕(미셸 파이퍼)과 대립하게 되고 이에 요정과 인간의 연합이 깨지면서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을 그린다. 이 거대한 전쟁은 전작 '말레피센트'에서 처럼 고정관념과 편견을 뒤집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디즈니 최초의 마녀 캐릭터 말레피센트는 검고 커다란 뿔, 검은 날개, 송곳니 등 서양에서 흔히 악마라 불리는 캐릭터의 모습을 닮았다. 표면적으로 말레피센트는 전형적인 악당의 외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말레피센트'는 전형성을 뒤집는다. 공주를 깨우는 것은 왕자도 아닌 '진실한 사랑의 키스'이며, 진실한 사랑을 지닌 것은 인간들이 두려워하고 경멸했던 말레피센트다. 그러한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외화 '말레피센트 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말레피센트 2' 역시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전복을 시도한다. 보통의 동화나 이야기에서라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왕족 잉그리스 여왕은 선, 말레피센트는 악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레피센트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낸 '거짓'이다. '인간'인 누군가가 만들어낸, 인간이 아닌 말레피센트에 대한 거짓 소문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믿음을 만들어낸다. 말레피센트는 '악'이라는 믿음 말이다.
여기서 '말레피센트2'의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이 있다. 바로 나와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인간과 다크페이와의 대립 구도, 잉그리스 여왕이 말레피센트를 '절대 악'으로 만드는 과정, 비뚤어진 증오를 바탕으로 요정 종족을 말살시키려는 잉그리스 여왕의 모습을 보며 상식과 믿음의 근간에 관해 묻게 된다. 그리고 다양성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말레피센트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지점에서 나온다. 나와 다른 모습을 가진 상대에 대해 두려움과 경멸의 태도를 갖는다. 같은 인간의 거짓은 믿어도 말레피센트의 선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들에게 선이나 악, 거짓이나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같은가, 다른가 하는 점이다.
외화 '말레피센트 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 다양성에 대한 질문을 요아킴 뢰닝 감독은 스펙터클한 전개를 통해 그려낸다. '말레피센트 2'는 전작보다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의 전작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2017)라는 걸 떠올린다면 낯선 광경은 아니다. 숨겨진 요정 종족 다크페이의 세계는 마치 '아바타'(2009)를 떠올리게끔 할 정도로 뛰어난 CG를 선보인다.
다만 말레피센트와 잉그리스 여왕 사이 전투 전개 과정, 다크페이와 인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 등에서 다소 동화적인 진행과 결말에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서사를 단숨에 풀어내려다 보니 단순해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말레피센트 2'는 동화다. 그렇기에 권선징악의 결말을 향하는 모습은 착할 수밖에 없다.
'말레피센트 2'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흑백 대비 만큼이나 강렬한 말레피센트와 잉그리스 여왕, 안젤리나 졸리와 미셸 파이퍼의 연기 대결이다. 말레피센트는 역시 안젤리나 졸리를 통해 완성됐으며, 이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와 다른 결의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미셸 파이퍼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10월 17일 개봉, 119분 상영, 12세 이상 관람가.
외화 '말레피센트 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