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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여자 연예인은 악플의 표적이 될까

사회 일반

    왜 젊은 여자 연예인은 악플의 표적이 될까

    • 2019-10-15 17:59

    "성적대상화의 대표적 상징, 질투와 분노 투사대상"

    고인이 된 가수 설리. 사진=연합뉴스

     

    재능 많았던 가수 겸 배우 설리(25, 본명 최진리)가 지난 14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2014년 악성댓글과 루머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올해부터 가수, MC, 배우로 바쁘게 지냈던 터라 안타까움이 더하다. 설리가 사망한 날은 자신이 MC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 '악플의 밤' 녹화 날이기도 했다.

    설리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조사 중이지만, 그의 죽음이 악플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설리는 과거 방송에서 악플로 인한 고통을 여러 차례 고백했다. 지난 10월 한 프로그램에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하더니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는 밖에서 밝은 척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설리가 사망하자 생전 그를 힘들게 했던 악플은 뒤늦게 추모댓글로 바뀌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악플러를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살인자로 칭하며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여전히 악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엉뚱하게도 악플은 설리의 과거 연인 최자와 동료가수 구하라를 향하고 있다. 모두 입에 담기 힘든 마녀사냥식 글들이다.

    대중적인 노출이 많은 연예인은 악플러의 표적이 되기 쉬운데, 그중에서도 젊은 여자 연예인이 집중 표적이 된다. 이유가 뭘까.

    악플러는 젊은 여자 연예인을 동경의 대상에서 나아가 질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이나미 원장은 15일 CBS노컷뉴스에 "어린이와 젊은 여성은 비난·희생당하기 쉬운 사회의 가장 약자 군이다. 특히 젊은 여자 연예인은 성적대상·상품화·물신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성공하거나 유명한 연예인은 악플러가 질투와 분노를 투사하는 대상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공인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고 속죄양을 만들어 자신들의 울분을 충동적으로 푼다"고 덧붙였다.

    과거 악플과 함께 설리를 괴롭힌 또 한 가지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행태였다.

    언론들은 설리가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 이를 퍼나르면서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설리가 지난해 '노브라'를 선언하며 '탈코르셋'에 동참했을 때는 노출에만 초점을 맞췄고, 사망 이틀 전 SNS에 남긴 사진도 클릭장사에 이용했다.

    이러한 보도행태는 설리가 사망한 후에도 여전하다.

    설리가 사망한 지난 14일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글. 이날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날이다. 누리꾼의 비난이 빗발치자 삭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한 연예스포츠매체 기자는 지난 14일 설리의 장례절차를 비공개하기 원한다는 유족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빈소가 마련된 병원 이름을 밝히는 단독 기사를 냈다.

    같은 날 전직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진리야~ 하필 오늘'이라는 글을 남겼다. 14일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날이다. 두 기자는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자 글을 삭제했다.

    그릇된 댓글문화와 보도행태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 차원의 자정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 문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기관이 나서는 건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가 선플운동 등을 펼쳐 여론을 형성하고, 포털사이트가 악플을 자체 심의·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 관해서는 "언론단체 차원에서 자체 정화시스템을 만들어서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면 심의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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