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2019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7일 열린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성과를 냈던 윤 총장을 두고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옹호, 자유한국당은 비판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야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패스트트랙 수사 등 여야는 쟁점마다 충돌했다.
◇ 민주 "국민 비판 들어야", 한국 "얼마나 힘드냐"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윤 총장에 질의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제가 쓴소리도 많이 하고, 적대감을 가져왔다"며 "이날 서초동으로 오는 길에 '윤 총장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인사청문회 때까지만 해도 날선 질의로 공격했던 장 의원이 윤 총장을 위로하는 모습이다.
같은당 정갑윤 의원도 "검찰총장 청문회 때부터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언론 보도를 보면, 심심찮게 회자되는 말이 '윤석열이라고 하면 조직이 충성하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고 윤 총장을 두둔했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정적을 향해 칼을 휘두를 때는 영웅으로 추대하다가 만고 역적으로 조작된 여론과 군중을 이용해 검찰권을 조롱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하며 애둘러 윤 총장에 불만을 품고 있는 진보진영을 비난하기도 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윤 총장을 비판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 총장인 만큼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그에 대한 불만은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전 국민 중)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검찰을 비판하고 불신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검찰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검토해 정리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조 전 장관 주변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를 향해 최근 논란이 된 'JK 단체카톡방'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최근 국감장에서 송경호 3차장 검사가 자신의 휴대폰에서 'JK'라는 이름의 단톡방을 보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보도된 바 있다. 'JK'는 '조국'을 뜻하는 약자로 항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해당 카톡방은 제가 유추하기론 송 3차장과 특수 1‧2‧3부장이 함께 있는 것 같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같은당 박주민 의원은 "별도로 단톡방에 이름을 지정한 걸 보면, 조 전 장관 수사를 사실상 대검이 챙기기 위한 방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된다"며 "이런 의심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조국 사건 관련 언론 기사와 SNS 글을 공유하는 카톡방일 뿐"이라며 "불법 정보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언론이나 SNS에 나온 걸 공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2019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여야, 공수처 공방…윤석열 "반대 안해"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도 여야는 충돌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저희는 여당일 때도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며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홍위검찰, 괴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검찰이) 나름대로 필요한 부분을 개혁하고 검찰권이 정치적 중립만 확보하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검찰이 될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권한이 분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윤 총장에게 공수처 설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여 위원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 개정이나 검찰청법 개정도 마찬가지고, 검찰이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관련 방안들에 검찰 내 불만 등이 있는 점을 알고, 윤 총장에게 의견 피력을 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홍위검찰'이라는 지적에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7명인데, 야당 몫이 2명"이라며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해지자 윤 총장이 직접 의견을 밝혔다.
윤 총장은 "검찰은 전임 총장 시절부터 부패역량이 강화된다면 새로운 부패 대처기구 설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져왔다"며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잘 다듬어지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말했다.
◇ 패스트트랙 수사 놓고 여야 고성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놓고도 민주당은 원칙적인 수사를 촉구한 반면 한국당은 사법이 정치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맞섰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 당시 여야 몸싸움이 일어나면서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여야 의원들이 무더기로 고소.고발된 사건이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인 국회법 위반 패스트트랙 저지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압력성 발언을 무척 자주 했다"고 말했다.
같은당 이철희 의원도 "소환도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수사외압에) 위축되지 마시라"고 했다.
이에 여 위원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은 순수 정치 문제가 사법문제로 둔갑된 것"이라며 "정치도 사법에 관여해서는 안돼 듯이 사법도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수사하지 말라고 발언하지 않았나"라고 소리쳤고, 여 위원장은 "신상발언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누구냐"고 맞받았다.
윤 총장은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해 "원칙에 따라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2019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윤석열, 접대 의혹에는 발끈…"사과 받아야겠다"한편 윤 총장은 최근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검찰의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에서 나왔다고 보도한 한겨레의 기사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총장은 "지금까지 한번도 누구를 고소한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 중 하나가 확인 없이 기사를 1면에 게재했기 때문에 개인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라는 기관의 문제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보도는 검찰총장이 윤중천으로부터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내용"이라며
"나는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겨레가 취재과정을 다 밝히고 공식 사과를 같은 지면에 해주면 고소를 유지할지 재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