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응수(배우·영화 <타짜> 곽철용 役)
[곽철용 “묻고 더블로 가!” “카메라도 안되고 약도 안되고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안경잡이 같이 배신하는 XX들 다 죽였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영화 '타짜' (사진=유튜브 캡처)
2006년에 개봉한 영화 타짜1의 일부를 들으셨어요. 그 타짜1에서 건달 보스로 출연한 곽철용이라는 인물이죠. 그 인물의 대사입니다. 그런데 이 대사들로 13년 만에 대전성기를 맞은 배우가 있습니다. 곽철용 신드롬의 주인공 배우 김응수 씨인데요. 타짜가 139분짜리 영화예요. 그런데 김응수 씨 출연분은 13분 정도 되죠, 선생님?
◆ 김응수> 네.
◇ 김현정> 13분입니다. 게다가 13년 만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김응수 열풍이 이렇게 불기 시작한 건지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은 뭔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 정말 어렵게 모셨습니다. 요즘 최고 인기 배우 김응수 씨 나와 계세요. 어서 오십시오.
◆ 김응수> 안녕하세요. 김응수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마포대교 타고 오셨습니까? (웃음)
◆ 김응수> 네. 성산대교죠.
◇ 김현정> 진짜 요즘 인기를 실감하시죠?
◆ 김응수> 네, 지금도 여기 CBS 로비에 도착했는데 작가 분들이 먼저 사진을 찍자고 그러셔서 어디를 가나 인기가 있구나. 좀 쑥스럽습니다.
◇ 김현정> 아니, 왜 인기의 척도를 보통 배우분들이나 가수나 이런 분들은 CF가 얼마나 들어오느냐를 가지고 많이들 보시더라고요. 제가 조사해 본 바로는 지난 한 달 사이에 30건?
◆ 김응수> 네. 그러니까 거의 뭐 평균 하루에 5개 정도 광고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참 다 할 수는 없고. (웃음)
◇ 김현정> (웃음) 다 하셔야죠. 기분이 어떠세요, 진짜? 이런 인기 처음이시잖아요. 이런 정도의.
◆ 김응수> 그러니까 좀 어안이 벙벙하죠. 기쁘기도 하고. 사실 뭐 제가 인터넷이나 이런 것을 잘 안 하니까 또 지인들이나 이렇게 친구들이 보내주는 거 패러디물 그런 것을 보면 아, 정말 내가 인기가 있구나 하고 참 쑥스럽습니다.
◇ 김현정> 누가 제일 좋아하세요, 이런 인기?
◆ 김응수> 어머님이 고향에 계신데 어머님한테 제가 하루에 한 번씩 문안인사를 드리거든요, 전화로. 그래서 건강하시냐 그랬더니 너 때문에 건강하다고.
◇ 김현정> 세상에.
◆ 김응수> 이장님이 어머님한테 가서 요즘 아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말씀을 하셨는지. 어머님이 제일 좋아하셨습니다.
◇ 김현정> 시골에 계세요?
◆ 김응수> 아흔 되셨는데.
◇ 김현정> 아흔 되신 노모께서 '응수야, 너 때문에 요즘 건강하다.'
◆ 김응수> 그래서 곽철용으로 멀리서나마 효도를 하고 있구나 해서 배우 하기를 잘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연기 인생이 지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극단 생활부터 하셨더라고요.
◆ 김응수> 제가 연극과 1학년 때 연극으로 데뷔를 했죠. 그래서 계속 연극을 하다가.
◇ 김현정> 그렇죠. 계산해 보면 38년?
◆ 김응수>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38년 동안 이런 식으로 뭔가를 느낄 기회는 솔직히 뭐 크지 않으셨죠?
◆ 김응수> 그랬죠, 뭐. 제가 배우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 어떤 명성을 떨치겠다. 그런 뜻으로 배우를 한 것이 아니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걸로 했는데 지금 이렇게 13년 전에 뿌린 씨앗이 이렇게 큰 웃음으로 부활을 하니까 제 인생도 다시 부활. 아주 행복합니다.
◇ 김현정> 멋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지금 곽철용인가. 왜 타짜의 곽철용. 우리 지금 얘기 나누는 순간 김응수 씨 이름이 실검, 실시간 검색어 1위 찍고 지금 3위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 김응수> 그래요? (웃음)
◇ 김현정> 이분 대단한 분이시네, 진짜.
◆ 김응수> 아이고, 아닙니다.
◇ 김현정> 얼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유튜브로 보시거나 아니면 레인보우 오른쪽에 TV 모니터 버튼 있죠. 그거 누르시면 얼굴을 같이 보실 수가 있습니다. 왜 곽철용인가. 지금 13년이 흘렀는데 도대체 왜 타짜1에, 그것도 13분밖에 출연하지 않은 건달 보스 곽철용인가.
◆ 김응수> 그러니까 곽철용이라는 캐릭터가 재미있는 거죠.
◇ 김현정> 뭐가 재미있을까요? 뭘까요, 그게?
◆ 김응수> 그러니까 곽철용이라는 캐릭터는 신사적이고.
◇ 김현정> 건달인데?
◆ 김응수> 정말 악명 높은 악인이지만 돈을 잃어도 품위를 잃지 않고 화란이, 그 여자한테 어필할 때도 ‘아, 나도 순정이 있다.’
◇ 김현정> 그거 한번 맛깔나게 해 주세요. 그거 젊은이들이 요즘 엄청나게 쓰던데. 그러니까 이 곽철용이 좋아하는 여성이 있어요. 그런데 여성이 마음을 안 알아줘요.
◆ 김응수> 안 알아줍니다.
◇ 김현정> 그때 한 그 대사, 명대사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난리입니다. 그거 한번 오리지널로 해 주세요.
◆ 김응수>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그러고 산다. 인마, 니가 내 순정을 받아주지 않으면 그때는 인마, 내가 깡패가 되는 거야. 내가 깡패가 돼서 너를 납치라도 하랴?” 쑥스럽네요.
◇ 김현정> 어쩌면 이렇게. 이거 혹시 애드리브는 아니세요?
◆ 김응수> 아니에요. 이건 그대로.
◇ 김현정> 그런데 이걸 어떻게 이렇게 찰떡같이 소화를 하시죠?
◆ 김응수> 그러니까 도박판에서는 정말 악명이 높지만 여성 한 사람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이 곽철용의 좌절감. 참 비참하죠, 남자로서.
◇ 김현정> 화란이 마음 하나 얻지 못하고?
◆ 김응수> 내가 이렇게 매력이 없는 남자인가.
◇ 김현정> 그 얘기하다 말았구나, 진짜.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 김응수> 그러니까 뭐.
◇ 김현정> 순정파고.
◆ 김응수> 순정파고.
◇ 김현정> 건달이지만 정의롭고.
◆ 김응수> 그렇죠. 적이라도 상대가 재능이 있으면 같이 일해 보자. 그런 것을 껴안는 그런 포용력. 그런 것도 있고. 그러니까 현실에 대한 불만이 곽철용한테는 다 있는 거죠. 현실이 너무, 도덕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도 못하고. 그런데 이 곽철용은 건달이지만 그러나 건달 보스로서 굉장히 신사적이고 젠틀하다.
◇ 김현정> 건달이지만 의리가 있고 포용력이 있고 건달이지만 또 그 와중에 정의가 있고 순정이 있고.
◆ 김응수> 그리고 돈도 공평하게 분배를 하고. 보스라고 많이 가져가지 않고.
◇ 김현정> 갑질 안 하고.
◆ 김응수> 그러니까 표리부동하지 않는다. 곽철용은 그런 게 있죠.
◇ 김현정> 맞습니다. 이런 매력들이 한번에 어떻게 터졌어요. 그런데 터진 계기를 보니까 TV에서 한 개그맨이, 굉장히 곽철용 씨한테 아주 감명을 받았던 어떤 분이 흉내를 냈는데 그게 또 너무 재미있고. 이러면서 막 이게 시너지가 나면서 폭발한 겁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 김응수> 그렇죠. 그런데 실제로 제가 한 1-2년 전부터 이렇게 어디를 가면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저한테 그냥 달려와서 안겼어요.
◇ 김현정> 1-2년 전에도?
◆ 김응수> 곽철용 너무 좋다고. 그래서 사진을 좀 찍자. 그러면서 곽철용 대사를 하는 거죠. “묻고 더블로 가.” 어떻게 그렇게 곽철용 대사를 다 외웠냐 그랬더니 보통 뭐 젊은 친구들이 타짜를 10번 본 친구는 본 축에도 못 끼고.
◇ 김현정> 맞아요. 그런 게 있어요.
◆ 김응수> 또 20번, 30번을 봤다. 그래서 뭐가 저렇게 젊은 친구들이 곽철용이 좋은가. 그 1-2년 전부터 그런 조짐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영화 '타짜' (사진=유튜브 캡처)
◇ 김현정> 그러다 이번에 폭발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분석을 해 보니 아까 그런 이유더라.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채팅창이고 저희 문자, 댓글이며 난리가 났는데 아까 순정 그 대사 말고도 명대사가 많고 정말 찰떡같이 소화해내시는 분이어서 몇 개만 좀 더 해 주시면 어떻겠냐는 요구들이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어떤 겁니까?
◆ 김응수> “묻고 더블로 가”
◇ 김현정>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는데요. 한 번만 더.
◆ 김응수> 그러니까 이게 왜 묻고 더블로 가가 제가 제일 좋아하느냐면 곽철용이 고니, 조승우 씨한테 도박판에서 2억을 잃잖아요. 참 속쓰린 일이죠.
◇ 김현정> 엄청 속쓰리죠.
◆ 김응수> 그런데 한 판에 뒤집기 할 수 있죠, 도박판은. “묻고 더블로 가.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 김현정> 이거 진짜.
◆ 김응수> (웃음) 참 쑥스럽습니다.
◇ 김현정> (웃음) 모니터 속에서만 보던 걸 들으니까 저도 설레는데요. 또 있나요?
◆ 김응수> “마포대교 무너졌냐, 이 자식아.” 이건 애드리브입니다.
◇ 김현정> 이건 애드리브였다면서요, 진짜?
◆ 김응수> 애드리브였어요. 제가 조승우 씨한테 차 안에서 죽는데 대본에 써 있는 대사를 하니까 이 조승우 씨가 저를 죽이는 무기를 꺼낼 타이밍이 없어요. 대사가 다 끝났어. 그러니까 조승우 씨가 못 꺼냈어. 그래서 이제 NG가 났죠. 그래서 조승우 씨가 무기 꺼내는 타이밍을 주기 위해서 이 대사가 제가 급조한…
◇ 김현정> 세상에, 그런 거였어요? 그 타이밍이 안 나서 현장에서 만든?
◆ 김응수> 그렇죠. 현장은 급하잖아요. 빨리 찍어야 되고 차 안이고.
◇ 김현정> 그렇구나.
◆ 김응수> 이거 대사를 뭘 하지, 뭘 하지 그러니까 야야, 걱정하지 마라, 나한테 맡겨라 해서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자식아.” 이렇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운전하는 기사가 “올림픽대로가 막힙니다 ”그랬죠. 올림픽대로가 막힙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자식아.” 저는 그러면 그 얘기가 뭔가. 올림픽대로가 막히는데 마포대교는 무너졌냐는 그럼 강변북로로 가라. 그 얘기인가요?
◆ 김응수> 그러니까 차가 막히면 네가 알아서 마포대교로 가든 다른 데로 가든 해야지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냐. 그렇죠.
◇ 김현정> 너는 왜 판단을 못 하냐?
◆ 김응수> 그러니까 이 운전기사는 곽철용 입장에서 볼 때는 크게 될 놈은 못 되는 거예요.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그러니까 화나는 거죠, 저도.
◇ 김현정> 정말 유쾌합니다. 금요일의 코너. 금요일에는 참 우리 웃으면서 한 주를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좋은데 오늘은 그 김응수 씨가 오셔서 더 즐거운 뉴스쇼. 제가 듣기로는 이 캐릭터를 영화 크랭크인 들어가기 전에, 그러니까 촬영 들어가기 일주일 전에 받으셨다는 게 맞습니까?
◆ 김응수> 네.
◇ 김현정> 세상에. 그거 어떻게 된 거예요?
◆ 김응수> 크랭크인 일주일 전에 타짜의 최동훈 감독한테 전화가 와서 저녁을 먹자. 저녁 자리에서 형님이 원하는 역을 골라라. 그런데 최동훈 감독은 김윤석 씨가 한 아귀를 저로 거의 내정했던 거 같아요, 내심.
◇ 김현정> 그때까지도 안 정해졌어요, 아귀도?
◆ 김응수> 안 정해졌었어요. 그래서 밥 먹는 자리에서 내가 타짜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까 영화 전반부가 인물의 소개인데, 인물의 소개만 하다가 흘러가면 관객들한테 흡입력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전반부가 시나리오가 좀 약한 부분을 곽철용이라는 인물이 커버를 해 주지 않으면 이 영화 도입부가 조금 위험하다. 그래서 내가 곽철용을 하마.
◇ 김현정> 세상에.
◆ 김응수> 그렇게 됐던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처음에는 아귀가 떴잖아요. 곽철용보다 아귀의 마지막 대사가 너무 강렬해서. 그때는 아우, 나 잘못 선택했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 김응수> 그랬죠. 아귀는 누가 해도 보이는 역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타짜 극의 흐름이 엔딩으로, 아귀와 고니의 싸움으로 그렇게 가게 돼 있어요.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데 곽철용이라는 인물이.
◇ 김현정> 너무 중요해요?
◆ 김응수> 잘 바통 터치를 해 주지 않으면 지루하죠.
◇ 김현정> 찰떡같이 연기해 주지 않으면 사실 안 되는 걸 내가 하겠다. 자신감이네요, 일종의?
◆ 김응수> 자신감이라기보다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렇게 느꼈는데 그래서 내가 곽철용을 연기하겠다고 하고 나서 엄청난 압박이 있었죠. 이걸 내가 잘해야 되는데, 재미있게.
◇ 김현정> 그러셨겠네요. 정말 재미있게 연기 잘하는 배우. 이제는 어쨌든 곽철용이 인생 캐릭터가 된 건데요. 더 욕심나지는 않으세요?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 역할?
◆ 김응수> 그러니까 한국 영화계에 김승호 선생님이라고 계시잖아요. <마부>, <로맨스 빠빠=""> 그 김승호 선생님이 그리신 한국의 아버지상. 무뚝뚝하고. 그 김승호 선생님의 뒤로 아버지의 상을 연기하신 게 저는 최불암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김승호 선생님, 최불암 선생님. 그다음에 대한민국의 아버지를 이어가는, 아버지상을 연기하는 배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김응수가 대한민국의 아버지상을 한번 세워보고 싶다. 그게 제 꿈입니다.
◇ 김현정> 김승호, 최불암 그 뒤는 김응수가 되고 싶다. 아니, 인자한 아버지 역할도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 김응수> 너무나 제가 자신 있습니다, 인자한 아버지. 그런데 전부 다 무섭게 저를 다 이렇게 하니까. 그건 아닌데.
◇ 김현정> 그럼 선생님, 잠깐만 카메라 말입니다. 제 얼굴 치우시고요. 우리 김응수 선생님 얼굴만 확 잡아주시겠어요? 여기서 그러면 우리가 인자한 아버지 역할 잘하실 수 있다는 걸 우리 청취자들께 혹은 지금 영화 감독들 보고 있을 겁니다. 홍보를 하실 수 있는 기회를 제가 좀 드릴게요. 얘야 하면서 한마디. 즉흥으로 뭐. 워낙 잘하시니까.
◆ 김응수> “현정아, 아버지한테도 잘하고 신랑한테도 잘해. 그리고 네 멋대로 잘살아라. 사랑한다.” 뭐 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뭐든지 잘하시지만 아버지상으로, 원하시는 그 캐릭터도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 김응수> 그렇죠. 제가 아버지로 지금 살고 있지만 아버지 역할을 잘한다는 게 가정에서 실제 삶에서 굉장히 어려워요.
◇ 김현정> 어렵죠.
◆ 김응수> 잘하려고 해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아버지라는 건 집안에서 말 많이 하면 안 돼. 뭐 이렇게 책임지겠다. 너희들을 이렇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겠다. 부잣집으로 만들어주겠다. 쓸데없는 약속하지 말고 말 없이 그냥 살면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선생님, 그 얘기 들으니까 자녀분들 계시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동안은, 이런 인기가 처음이시니까. 한 삼십몇 년 넘도록 그냥 사실은 이름 없는 배우셨단 말입니다. 그거에서 오는 어떤 미안함 같은 건 없었어요? 본인은 너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가족에게는 뭔가 미안함 같은 건 없었어요?
◆ 김응수> 그러니까 저의 바람과는 다르게 우리 딸 둘은 어리니까 우리 아버지가 빨리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그게 많이 있었죠.
◇ 김현정> 그럴 때 좀 미안함?
◆ 김응수> 그렇죠. 미안한 것이 아니라 대놓고 무시하니까. (웃음) 왜 아버지는 맨날 악역만 하느냐 그래서 같이 집안에서 드라마를 보더라도. 아휴, 저기서 사람 또 죽이는구나, 또 죽이는구나 이러니까 왜 아빠는 맨날 저러느냐.
◇ 김현정> 이제는 좀 거기에 대해서 떳떳해지시겠네요. 자랑도 하시고.
◆ 김응수> 그런 거죠.
◇ 김현정> 자녀들도 자랑스러워하고요.
◆ 김응수> 봐라, 그런 것이 있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되는 거다.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거죠.
◇ 김현정>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지금 많은 듣고 계신 분들 중에 나는 한다고 열심히 하는데 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지? 도대체 언제쯤 나를 알아줄까. 이런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께 대기만성형 스타로서 격려의 말씀, 응원의 말씀 주신다면?
◆ 김응수> 나한테만 굳이 적용되는 게 아니고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되죠. 세상이 내 뜻대로 되면 세상이 망하죠. 지하철 타는데 5분 늦게 나가놓고 지하철이 5분 늦게 왔으면 좋겠다. 이게 사람 욕심인데 지하철이 5분 늦게 오면 큰일 나죠.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안 되면 안 돼서 좋고 내 마음대로 되면 돼서 좋고. 둘 다 행복해야죠.
◇ 김현정>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 감사하면서.
◆ 김응수>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럼 기회가 옵니까? 언젠가는 알아줍니까?
◆ 김응수> 그렇죠. 그러니까 저로 비유해서 얘기하자면 절차탁마 대기만성.
◇ 김현정> 선생님, 마지막에 찡하게 용기를 주고 감동을 줍니다. 최불암 선생님을 잇는 한국의 아버지상 기대하면서 응원하겠습니다.
◆ 김응수>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곽철용을 연기한 배우 김응수 씨였습니다.
◆ 김응수>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로맨스>마부>타짜>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