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을 만나며 한일 문제 해결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아베 총리와 만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방일이 교착된 한일 관계를 풀 단초가 될지도 주목된다.
이 총리는 18일 일본 교도(共同)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는 것이 좋겠지요'라고 이야기해서 자신이 '네 써주십시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명의 최고 지도자(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역사적 의무라고 생각하고 (한일 현안을)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며 자신이 이를 위해 심부름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현안에 대해서 "두 사람 재직 중에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도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두 분 사이에서 그러한 대화가 있었던 것인데, 명확하게 친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표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국무총리실 관계자 또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베 총리를 만나면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형식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베 총리와의 면담이 약 10분 내외로 무척 짧아,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총리는 징용 배상을 둘러싼 소송을 놓고 양국이 대립하는 것에 대해 "지금 상태는 안타깝다. 양국은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 쌍방의 지도자가 후원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날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문 대통령이 징용 문제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외교 당국의 협의는 이어지고 있으며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 경험이 있어 일본어에 능통한데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총리의 방일이 확정되기 전에도 그가 일본에서 각계 인사들을 만나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해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2일 일본을 방문해 이날 오후 열리는 즉위식으로 방일 일정을 시작하는 이 총리는 지난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서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씨 추모비에 헌화하고 근처 한인 상가를 찾아 교민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날 저녁에는 나루히토 일왕이 거주하는 황거에서 궁정 연회가 열리기 때문에, 여기에 참석하는 이 총리도 나루히토 일왕과 자연스레 접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과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을 만나고,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 등을 만나 면담할 예정이다.
이밖에 이 총리는 대학에서 현지 대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한인회, 독립유공자 후손 등 현지의 우리 동포들을 만나는 오찬 간담회와 함께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수강생 등도 만날 예정이다.
이낙연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방일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에는 아베 총리와 짧게 면담한 뒤 일본 중의원(하원)의 쓰치야 시나코 의원을 면담하고, 일본 주요 경제인들과 만나 오찬을 할 예정이다.
표면상으로는 일본의 국가적 행사인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축하를 전하고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피해에 위로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방일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공 외교를 펼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