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 재벌 지미 라이는 해외언론에 출연해 홍콩 시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미 라이는 반체제 4인방(Gang of Four), 미국과 결탁한 검은 손(black hand)이다." (중국 국영 미디어)
"나는 양심있는 트러블 메이커다." (지미 라이)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인사들에 대한 백색 테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숱한 테러 위협에도 홍콩 재벌 중 유일하게 반중시위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지미 라이(71, Jimmy Lai)다. 그는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립자이자 홍콩 '넥스트 미디어 그룹'의 소유주다.
현재 텍스트 미디어 그룹은 홍콩과 대만에서 온라인 주간지 '넥스트(Next)'와 일간지 '애플 데일리(Apple Daily)'를 발간한다.
라이는 반중 성향이 짙은 이들 매체에 매주 똑같은 색채의 칼럼을 게재하고, 해외언론의 취재에도 적극적으로 응한다. 지난 8월에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시위에 동참했다. 그는 이날 "'정부에서 나를 '트러블 메이커'라고 한다. 맞다. 나는 '양심 있는 트러블 메이커'다"라고 했다.
중국 광둥성 출신의 라이는 1960년대 중국 본토에 대기근이 닥치자 12살 때 홍콩으로 밀입국했다. 악전고투 끝에 의류브랜드 '지오다노'를 창립해 연매출 2억 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1989년 6월 4일 북경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면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라이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라이는 CNN과 인터뷰에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는 정부의 유혈진압을 보면서 자유를 갈망했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길 바랐지만 그건 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1990년 주간지 '넥스트를 창간한 라이는 이 잡지에 천안문 사태 주역인 리펑 총리를 "아이큐 제로인 거북이 알의 아들"로 묘사한 칼럼을 실었다. 지오다노 티셔츠에는 시위대의 구호를 새겼다.
중국 국영 미디어는 동영상 채널을 통해 지미 라이를 '반체제 인사 4인방'으로 비방하는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정부는 중국 본토에서 지오다노 매장을 철수시켰다. 라이는 의류기업을 매각하는 대신 1995년 애플 데일리를 창간했다. 그는 매년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에 참석한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애플 데일리는 홍콩에서 유일한 반중국 성향 신문이 됐다. 중국 정부의 핍박 때문에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광고수입이 절반 이상 감소했고, 판매부수가 10년 전보다 3분 1 가량 줄었다. 현재 애플 데일리에 광고하는 홍콩 기업은 전무하다.
라이는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라이의 자택에 화염병을 던지고 도망갔다. 2014년 '우산 혁명'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도 화염병 테러를 당한 적 있다.
생명이 위협받고 있지만 라이는 홍콩 민주화를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시위를 계속할 때 우리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도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전 세계 독자들이 그의 신념에 화답하고 있다. 넥스트 미디어 그룹의 온라인 유료 구독 서비스 예약 가입자는 한 달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