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전제로 한 보수 통합을 주장하자, 손학규 대표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각각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 한국당 내 친박계의 대표적인 인물들로서 이들의 반감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유 전 대표는 조선일보가 21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총선에서 보수 정치의 승부처에 대해 ▲수도권 ▲중도층 ▲20대~40대 등을 꼽았다.
그는 '반(反)문재인' 표심을 겨냥한 무조건적인 통합에 반대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역사에 맡기고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하고 나라의 미래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공정‧정의‧평등‧복지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바른미래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문제 삼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선거법 개혁과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막은 뒤인 12월 이후 결행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보수가 통합될 경우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통합이 무산될 경우 신당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대구 동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도 재확인했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비판, 탄핵에 대한 역사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바른미래당 내에선 손학규 대표가, 한국당에선 김진태 의원이 각각 격하게 반발했다.
손 대표는 유 전 대표를 분파주의자로 몰아세웠다. 그는 "유 의원은 그간 계파정치와 분열정치를 앞세웠고, 진보와 호남을 배제한 수구보수 정치인이었으며 독선주의자"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하다가 결국 박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전 대표가) 4월부터 탈당을 생각했고, 12월 탈당을 실행한다고 한다"며 "4월에 결심했으면 빨리 탈당했어야지, 당을 망치고 망하기만 기다리고 당 대표를 쫓아낸 뒤 당을 장악하겠다는 것밖에 더 있느냐"고 지적했다.
손 대표로선 유 전 대표를 계파정치, 수구보수 등으로 비판하면서도 친박계에 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것을 동시에 문제 삼은 셈이다. 친박계가 유 전 대표를 비난하는 단골논리인 '배신의 정치'도 인용했다.
하지만 정작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탄핵을) 역사에 묻고 가자, 이게 다 탄핵을 받아들이자, 그거 갖고 따지지 말자, 이런 예기"하며 "그렇게 얘기한다면 반성이 먼저"라며 유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은 물과 기름"이라며 '통합 불가' 논리를 폈다.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좌파 쪽에서는 선거연대를 분명히 할 것"이라며 우리공화당과의 선거연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손 대표와 김 의원이 양 반대 측에서 집중 포화를 가하자, 유 전 대표 측도 반박에 나섰다. 한 측근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회주의적인 지역정치 세력과 반성 없는 기득권 보수 세력이 명분 없이 비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를 호남에 기댄 기회주의, 김 의원을 반성 없는 탄핵 세력 등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인사는 "혁신을 위한, 혁신을 통합, 이것이 보수 재건과 승리의 공식"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가 통합을 통해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경우 낙천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까 두려워 해 유 전 대표의 통합론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