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진=국립극단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립극단이 21일 홈페이지와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피해자가 있었다며 이 같이 고개를 숙였다.
국립극단은 "2018년 5월 14일 당시의 발표문에서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리며 피해자께도 직접 사과드릴 것을 약속드렸다. 그러나 사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오류를 범했다"면서 "블랙리스트로 지목되어 작품과 공연에서 배제된 예술가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작업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작품과 공연에서 배제된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이 바로 이런 경우"라며 "국립극단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블랙리스트 배제 및 그 후의 부족한 조치로 인해 많은 상처와 아픔을 느끼셨을 장지혜 작가님께 정중히 사과드린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함께 준비하셨던 배우 및 스태프, 그리고 관람기회를 박탈당하신 관객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특정 연출가 및 단체(블랙리스트)를 배제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뒤, 국립극단은 배제 대상에 전인철 연출가가 포함됨을 확인하고 2016년 공연사업에서 그를 배제했다.
이후 국립극단 사무국 산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날아가 버린 새'(장지혜 작·전인철 연출)를 2016년 공연사업 후보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작품에 전 연출가가 포함돼 '날아가 버린 새' 역시 공연사업 후보에서 배제됐다.
이와 관련 국립극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사항을 이행한다는 미명 하에 자행된 폭력이었다"면서 부당한 지시와 명백한 외압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극단은 블랙리스트에 의해 예술가 배제를 직접 실행하는 큰 과오를 범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2015년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날아가 버린 새'가 공연배제 됨으로써 전 연출가와 동일한 피해를 장 작가에게 입게 했고, '날아가 버린 새가 전 연출가가 블랙리스트여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피해자인 장 작가께 아무런 합당한 사죄의 뜻을 직접 표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장 작가님은 이렇든 두 번에 걸친 국립극단의 잘못 때문에 두 배로 큰 상처와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이 모두가 국립극단의 과오이고 불찰이었음을 고백한다"라면서 "이미 너무 많이 늦었지만 너른 마음으로 국립극단의 사과를 받아주시길 장 작가님께 부탁드린다"며 재차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국립극단은 "앞으로 두번 다시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소신을 갖고 일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장지혜 작가님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여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국립극단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국립극단이 선보인 박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극본·연출 박근형)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 걸쳐 블랙리스트에 따른 예술가 차별과 배제가 실행됐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와 백서를 통해 밝혀졌고, 국립극단은 이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국립극단 사과문'을 발표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