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이 부적절하게 공금을 사용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2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HUG 이재광 사장에 대한 재감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에 대한 근무 태만, 노조 와해 공작, '갑질' 등 다양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 HUG 국정감사에서 "서울역 T타워 사무실의 임대차 기간이 1년이 남았는데도 지난해 10월 여의도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3억 5560만 원의 임대료, 관리비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사무실 이전은 정부 정책사업 수행 등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서도 "지적을 뼈저리게 느끼고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만한 돈 관리' 지적은 계속됐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전임 사장의 해외 출장은 3년 동안 4번이었는데, 이 사장은 1년 반 동안 6번"이라며 "선진국 견학 목적으로 일주일 동안 5700만원을 들여 프랑스‧영국‧스웨덴 등을 둘러봤는데, 관광 목적으로 불필요한 출장을 만들어갔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역시 "작년에도 HUG의 방만한 예산 운용에 대해 지적했는데 전혀 개선된 게 없다"며 "자체 관사가 타 기관보다 훨씬 많은 44개나 되고,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도 야근 수당이 되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이미 관련 감사를 진행해 기관장에 대한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이헌승 의원이 "재감사를 요청한다"고 재차 밀어붙인 이유다.
HUG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홍보실 직원들이 공금으로 부당한 해외여행을 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지난해 5월 공사 홍보실 직원 2명은 1090만 원의 공사 예산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출장을 가 뮤지컬 관람과 선물 구매에 경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숙박비 등 외에도 현지에서 추가로 공사 법인카드 360만 원을 사용했는데, 235만원을 유명 뮤지컬 관람에 들이고 시계와 곰 인형 등 개인적인 선물에 53만원, 유명 호텔에서의 식사에 72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출장계획서상에는 한 방송사 취재 지원이 목적으로 명시돼 있었지만, 실제 방송사 관계자는 동행하지 않았고, 부서 실장이 아닌 해당 직원의 '셀프 결제'로 했다.
홍 의원은 "공사의 감사실이 이들 직원 2명에 내린 징계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감봉'과 '견책'에 불과했다"며 "공사의 자본금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돼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 전수조사해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위반 사례가 다시 나오면 중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해당 결과를 의원실로 보고해달라는 요구에 김 장관은 "알겠다"고 답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는 자회사 대표가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획재정부의 지침상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법정 공휴일과 토·일요일에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는데도 시설관리 등을 맡는 자회사 'LX파트너스' 성모 대표이사의 사용내역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올해 1~9월까지 모두 133건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 35건이 휴일에 사용됐으며, 40건은 업무지가 아닌 서울 송파구에서 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파구에서 과거 열린우리당과 국민참여당의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선거에 나선 이력도 있는 대표이사가 공적인 업무로 사용해야 할 업무추진비를 본인의 '선거용 지역구 다지기'에 사용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