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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만들고 '응원봉'까지 등장…정치 팬덤은 왜 덕질로 진화했나

사회 일반

    '짤' 만들고 '응원봉'까지 등장…정치 팬덤은 왜 덕질로 진화했나

    문재인 대통령 응원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치인 팬덤이 진화하고 있다. 응원하는 정치인에 대한 '짤'(사진)은 물론 아이돌 팬덤이 공연장에서 흔드는 '응원봉'까지 제작하고 나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팬덤에서 응원봉을 출시했다. 응원봉의 정식 이름은 '달봉이', 문 대통령의 이름을 따 '이니봉'이라고도 부른다. 응원봉은 달이 바다 위에 떠있는 모습을 본떠 디자인됐고, 전원을 누르면 조명이 켜진다. 현재 저작권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응원봉 제작은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의 팬카페 '젠틀재인'의 회원들이 모든 제작 과정에 함께 했다. 지난 20일 한 회원이 대통령 응원봉을 제작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이후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다. 다른 회원들은 댓글을 통해 디자인 발전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디자인뿐 아니라 응원봉에 새길 문구, 응원봉 이름, 유통 방법 등 모든 제작 및 결정 과정에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응원봉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팬카페뿐 아니라 트위터 등 SNS에서도 응원봉 구입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de****)은 "사진으로만 봐도 두근거린다. 하루 빨리 도착해서 집회 때 들고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고,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ej****)도 "애들이 아이돌 응원봉 산다고 하면 반대했었는데 왜 사고 싶어했는지 알겠다"며 응원봉에 대한 관심을 표출했다.

    정치인 팬덤 문화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짤'이 흥행했다. 황 대표의 삭발 이후 SNS에 삭발 모습 합성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황 대표가 삭발하는 도중 윗부분 머리카락만 남은 순간을 포착해 각종 짤을 만들고 공유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포스터에 황 대표를 합성하기도, 황 대표의 얼굴에 수염과 구레나룻을 넣어 야성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나의 정치인'을 위해 응원봉을 제작하고, 짤을 공유하는 정치인 팬덤. 이들은 왜 본인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덕질에 나서는 것일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합성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통령 응원봉 제작에 참여했다는 한 지지자는 "(응원봉은) 우리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수단이다. 우리끼리 일체감을 느끼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도 우리의 팬덤을 각인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미 SNS 상에서 대통령 응원봉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 팬덤은 예전부터 존재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컸던 과거에 더 활발했다고 본다. YS나 DJ의 경우 대중연설을 하면 수만, 수십만씩 모이곤 했다. 지금보다 교통편이 훨씬 열악하고 정보 전파속도도 느린 데도 정치 팬덤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 그때도 지금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선의의 참가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의 정치 팬덤 형태는 한 마디로 진화했다. SNS를 활용하거나 연예인 팬덤을 차용하는 등 표현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특히 2030세대는 학창시절 이미 아이돌을 쫓아다니면서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다. 덕질의 수단과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 팬덤이 더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치 팬덤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팬덤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실 조짐은 90년대부터 있었는데 오늘날 더 강해졌다. 정치인들이 소신, 이념,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입장에선 본인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게 되고 맹신하게 된다"고 정치 팬덤이 강화되는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팬덤 정치에 휘둘리면 안 된다.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는 논의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오늘날 정치 팬덤의 강화는 한국 사회에 정치가 실종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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