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개인적 신뢰와 친분을 디딤돌 삼아 연내 북미협상의 진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24일 발표한 담화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싶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조미 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는 말로 담화를 시작했다.
이어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톡홀름 노딜' 이후의 침묵을 보름여 만에 깨고 김 위원장을 향해 호의적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11차례 통화 시도에는 불응했지만 자신의 전화는 받는다면서 김 위원장을 '젠틀맨'(gentleman)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며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모종의 암시를 했다.
김 고문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에 반하는 미국 정·관계 주류 시각에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톤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김 고문이 지난달 27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용단을 기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그런 점에서 김계관 담화는 (관료들의 반대에 둘러싸여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의 이날 담화가 한 달여 전 담화와 비교할 때 긍정적 톤이 더욱 짙어진 것도 주목할 점이다.
북한이 결렬 선언했던 북미실무협상이 다시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달에도 김 고문의 담화 이후 며칠 만에 실무협상 일정이 발표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는 전날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수주 안으로 북미 양측에 다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졌다는 뚜렷한 변화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셈법이 바뀐 것 같지 않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달라진 협상안을 갖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담화는 연말까지 협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거듭 상기시키고 용단을 재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