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24일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의 고민과 괴로움, 지친 심정을 전했다.
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부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불출마를 결심한 것은 오래되진 않았는데, (불출마) 생각은 오래 전부터 했다"며 "(지도부에는) 뵙고 말씀드린 건 아니고 카톡과 텔레그램을 통해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정쟁 앞에서 너무 많은 자괴감이 들었다. 한 편에서는 다른 한 편을 무조건 '내로남불'식으로 공격하고 적폐시한다"며 "그런 와중에 누구는 '사이다', '시원하다'는 얘길 듣지만 다른 편은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국정원 댓글사건도 진실이 드러나면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징역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제 역할을 다 했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불거졌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태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표 의원은 "그 상황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한계에서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서도 "한 발 떨어져서 보실 때는 제가 우리 편은 감싸고 상대 편은 공격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이었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공정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제 언행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며 "제 초심이 무뎌지거나 잘 통용되지 않는 지점이 온다면, 그 부분을 받아들이고 물러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사건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괴로웠다"며 "우리 지지자들이나 조 전 장관의 심경도 백분 이해가 가고, (조 전 장관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표 의원은 "그렇게 박근혜 정부 때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면서 상대방의 불의를 공격하던 우리인데, 우리 스스로에게 약이 됐던 공정성에 대해 내로남불 같은 모습으로 우리편을 지키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게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 세대와 청년들이 느꼈을 실망감에도 가슴이 아팠다"며 "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갈등 상황이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고충도 고백했다.
표 의원은 "법사위 활동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다"며 "우리가 야당 때처럼 자유한국당도 극단적인 언행까지 동원해 공격했고, 듣는 순간 순간이 지옥처럼 괴로웠다. 경청하고 수용할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 모욕적이고 국회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 등을 좌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런 것들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내가 내로남불로 보이는 것이 괴로웠다"며 "조 전 장관 일 때문에 (불출마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가장 힘든 사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불출마가 아니라 끝까지 정치권에 남아 민주당의 개혁 과제들을 완수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지만, 각자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불출마를 선택해 20대 국회를 책임지는 방법을 취하지만, 다른 분들은 오히려 반대로 그런 책임지는 마음을 굳게 새기고 총선에 출마하는 것도 또하나의 책임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다른 분들은 마라톤을 뛰는 페이스로 뛰었다면 저는 100m 달리기를 하듯이 달렸던 것 같다"며 "더 이상 못 뛰는 상태가 됐고 누군가 바톤을 터치해서 계속 달려야 한다. 당 지도부가 총선 전략에 맞는 인재를 영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향후 다시 정계로 복귀하거나 공직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가 경찰관과 경찰대 교수로 34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공직은 저에게 굴레 같은 것이었고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앞서 표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같은당 이철희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불출마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