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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얼굴' 공개…알 권리 vs 초상권 침해

법조

    '정경심 얼굴' 공개…알 권리 vs 초상권 침해

    기자협회 보도준칙엔 "공인 아니면 당사자 동의 받아야"
    정교수 측에선 얼굴 공개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정교수를 '공인'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는 찬반 갈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사모펀드 의혹 등에 관한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얼굴 공개를 두고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목소리와 '초상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25일 법조계와 언론계에 따르면, 각 매체들이 지난 23일 정 교수의 얼굴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맞았는지, 가려서 내보내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 교수는 6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동안 내내 '비공개 소환'돼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지만 지난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내 포토라인에 서면서 처음으로 얼굴이 공개됐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종편),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은 영장 심사를 위해 출석하는 정 교수의 얼굴을 시청자들이 인식할 수 없도록 흐릿하게 '블러(blur)' 처리해 송출했다.

    통신사들 역시 대다수가 정 교수의 얼굴을 보호하는 쪽을 선택했다. 연합뉴스와 뉴스1, 머니투데이 같은 매체들은 정 교수의 얼굴을 블러 처리한 반면 뉴시스는 정 교수의 얼굴 사진을 그대로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일간지의 경우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와 문화일보, 국민일보는 정 교수의 얼굴 공개를 택했고 경향신문·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한국일보는 모자이크나 블러 방식을 선택했다.

    이처럼 매체들의 보도방식이 갈린 것은 정 교수를 '공인'으로 볼 수 있는지 등 관점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의 독특한 관행으로 이어져온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얼굴 공개여부는 각 언론사들이 자율적 기준으로 판단해왔다.

    피의자 얼굴 공개와 관련해 구속력 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언론계 내부 준칙인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1년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한 바 있다.

    해당 준칙에서 인격권을 규정한 내용에 따르면 언론은 '공인'이 아닌 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정보와 사생활을 공개할 때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도록 돼있다.

    뿐만 아니라 보도 대상자가 공인일 경우에도 초상이나 성명, 프라이버시 등을 보도내용과 관련없이 사용하지 않도록 권면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역시 '승낙 또는 정당한 이유없이 개인의 초상, 음성, 사생활, 성명을 보도한 경우'를 '잘못된 보도'로 명시하고 있다.

    우선 당사자인 정 교수는 변호인단을 통해 언론들에 '초상권 보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 여하를 떠나 당사자의 '동의'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모자이크 처리'가 맞는 셈이다.

    반면 정 교수의 얼굴을 공개한 언론들은 정 교수가 '공인'이자 '핵심 피의자'이기 때문에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 보도라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아내로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라며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서 일반이었던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의 모습도 모두 공개됐고 그런 점을 고려해 본지는 정 교수의 모습을 공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정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시점을 기준으로 얼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정 교수를 공인으로 볼 수 없고, 설령 공인으로 판단하더라도 얼굴 공개가 알 권리에 부합하는 문제인지는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워낙 초미의 관심사다 보니 더욱 논란이 되는 것 같은데 결국 보도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조국의 부인'이라는 것 때문 아닌가"라며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이 정말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 (사법적으로) 확실시된다면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고 볼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선 정 교수가 교수이기 때문에 공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판례로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며 "성범죄자 같은 경우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굴을) 다 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언론이 보도하지 못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해 말 마련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서 '피의자가 공인이 아니라면 촬영하면 안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다듬는 데 참여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전문직업으로서 한국 언론의 윤리적 실존을 보여주는 공방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 교수의 경우 남편이 민정수석, 장관을 거침에 따라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공인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공적 인물로 분류되더라도 '확정적 공인'이 아닌 인물의 얼굴을 한번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의 진정한 알 권리에 부합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어떤 것이 정말 국민의 알 권리이고 공적 관심사인지 개별 언론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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