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대로라면 돼지열병에 감염된농장이 그렇지 않은 농장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받게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돼지들을 살처분한 인천 강화·경기 김포 양돈농장주들이 25일 보상 기준을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ASF가 확진된 농장은 곧바로 돼지들을 살처분해 가격 하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시세로 보상금을 받게 됐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한 다른 농장들은 그동안 하락한 시세로 보상금을 받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 강화지부는 최근 정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18일 돼지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강화지역 ASF 첫 확진일인 지난달 24일 돼지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농식품부에 전달한 바 있다.
대한한돈협회 김포지부도 파주에서 국내 처음 ASF가 확진된 지난달 17일 돼지 가격으로 보상금을 책정하거나 ASF가 파주에서 확산해 김포에 도달하기까지 기간(9월 17∼23일)의 평균 돼지 가격으로 책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 단체가 살처분 돼지에 대한 보상 기준을 꼬집어서 제시하는 이유는 정부의 보상 기준이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보상금을 돼지 시가로 100% 지급하고 보상금 평가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50%를 우선 지급한다는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돼지 시가의 기준을 살처분한 날로 정했다.
문제는 ASF 확진 뒤 나날이 돼지 시가가 하락하고 농장마다 살처분 날에 차이가 생기면서 불거졌다.
ASF가 확진된 농장은 곧바로 돼지들을 살처분해 가격 하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시세로 보상금을 받게 됐지만, 다른 농장들은 3∼17일간 예방적 살처분을 해 이 기간 하락한 시세로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
실제 대한한돈협회 시세 정보에 따르면 국내 처음 ASF가 확진된 지난달 17일 돼지 탕박(머리와 내장을 제외한 지육) 가격은 ㎏당 5천838원이었지만 강화지역 살처분이 완료된 지난 4일 가격은 3천509원으로 2천329원이나 하락했다.
김포지역 살처분이 완료된 지난 10일에는 3천118원으로 391원 더 하락했다.
대한한돈협회 강화지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보상안대로면 ASF가 확진된 농장은 최대치의 보상금을 받고 ASF가 확진되지 않았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한 농장은 최저치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정부는 ASF 긴급행동지침(SOP) 규정이 정한 살처분 반경인 500m를 준수하지 않고 3㎞로 확장해 이곳에 포함된 농장의 돼지를 살처분하게 했다"며 "규정을 어긴 것은 정부인데 그 피해를 농장주들이 감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조만간 이들 농장주와 만나 보상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상금 기준을 정하는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ASF 발생 직전 달의 돼지 평균가격으로 보상금을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