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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WTO 협상서 '개도국 특혜' 주장 않기로(종합)

경제 일반

    미래 WTO 협상서 '개도국 특혜' 주장 않기로(종합)

    정부, 개도국 지위 포기와 다른 '제3의 길'로 고심 끝에 결정
    홍남기 "개도국 혜택 인정 가능성 희박…미래 협상 대비 여력 충분"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피해 보호대책 병행…농업계 반발은 불가피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내 농업 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되, 미래 협상에선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개도국 특혜 전면 폐지는 '시간 문제'일 뿐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5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ㆍ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forego)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1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말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WTO가 90일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개도국 대우를 일방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고심해왔다.

     

    정부는 이번 결정 배경으로 △대외적 위상 △개도국 특혜 관련 대외동향 △우리에 미칠 영향 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WTO 가입 이후 우리 경제가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발전한 점이 감안됐다.

    실제로 미국측이 거론한 4가지 '개도국 제외' 기준은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주요20개국)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으로, 한국은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

    홍 부총리는 또 "최근 들어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 다수 국가들도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루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의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도 거의 희박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홍 부총리는 특히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진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상태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협상이 재개돼 타결되려면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농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만큼, 피해 보호와 경영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도 내놨다.

    먼저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한 농업소득보전법 개정과 안정적인 제도 정착에 주력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내년 예산안에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올해 1조 4천억원 규모이던 직불금 예산안을 내년엔 2조 2천억원으로 대폭 증액 반영했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위한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역단위 로컬푸드 소비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를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 품목별 의무자조금을 활용한 자율적 수급조절을 촉진하는 등 농산물 가격안정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청년ㆍ후계농 육성책도 마련된다. 최대 3년간 월 80만~1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 농지은행 등 관련 대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있지만, 농업은 우리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산업이며 우리경제의 근간"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항상 눈과 귀를 열고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간 개도국 지위 유지를 주장해온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농민단체들은 정부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농업 예산 비중을 4~5%로 증액 △취약 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 6개 항목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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