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사진=박종민기자/자료사진)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고소했다가 무고죄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정 전 의원의 무고와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모두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가 성립하려면 성추행 사실이 전제돼야 하는데 피해자 A씨의 진술이 상반되거나 모순되는 점이 많아 성추행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진술 역시 전문증거(간접증거)에 해당해 독자적인 증거가치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3월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기자 지망생 A씨를 호텔에서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실을 부인하며 "프레시안 기사는 가짜뉴스,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고 기자들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프레시안 측도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 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관련자 진술과 카드 결제 내역 등을 근거로 정 전 의원과 A씨가 기사에서 언급한 날짜에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전 의원은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기자 2명을 무고한 혐의를 추가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정봉주)의 기자회견은 급속히 퍼져나가는 성추행 보도를 반박할 목적으로 반론권 행사 또는 자기방어적 성격이 짙다"며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되고자 허위사실을 공표한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무죄 선고 후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나면서도 특별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