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농장 방역 초소 (사진=주영민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ASF가 발생한 인천 강화군이 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다중 참여 행사를 연다. ASF 여파로 침체된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지만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인천 강화군은 26일 오후 5시부터 강화공설운동장에서 ‘2019 강화 10월애(愛) 콘서트’를 연다. 올해에는 뮤지컬 갈라쇼와 김범수, 다비치, 허각, 김완선, 인순이, 금잔디, 밴드 몽니 등 국내 정상급 인기가수들을 대거 섭외했다. 야간 불꽃놀이와 레이저쇼 등도 준비해 많은 인파가 몰릴 전망이다.
강화군은 매년 2000∼3000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하는 이 행사를 지난달 ASF가 강화 지역 5곳에서 발병하면서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달 초 강화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의 피해와 ASF가 겹치면서 지역경제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타개책이 필요했다는 판단에서다.
유천호 강화군수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태풍에 이어 ASF까지 덮친 강화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주는 게 군민을 돕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번 행사가 ASF 사태의 장기화로 정부와 방역당국이 ‘지침보다 한층 높은 방역과 예방’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특히 강화군은 국내 발병한 ASF 14건 중 5건이 몰려 있는 위험지역이다. 지난 달 23∼26일 사흘 동안 5건의 발병농장이 발생했다. 3만여 마리가 넘는 강화지역의 모든 돼지들은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이 이뤄졌다. 이 작업은 이달 4일 완료됐다. 살처분 23일 만에 다중 참여 행사가 열리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의 발병 잠복기는 3주이고, 돼지를 살처분한 지역의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살처분한 뒤 30일 이후다. 강화지역은 이 지침을 따른다고 해도 돼지 살처분이 끝난 시점이 이달 3일이기 때문에 아직 ASF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
ASF가 발병하지 않았지만 발병 농가와 접촉한 축산차량 등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 강원도의 경우 돼지 이동제한 조치가 지난 24일이 돼서야 해제됐다. 아직까지 국내 ASF 감염 경로조차 특정되지 않으면서 늦어진 것이다.
정부 역시 ASF가 국내 처음 발병한 점을 고려해 'ASF 위험도 평가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정부차원에서 이번 사태의 위험도를 평가한 뒤 사태 종식 시기를 고려키로 했다.
강화군이 속한 광역자치단체인 인천시는 ASF를 이유로 다중 참여 행사를 잇따라 취소했다. 인천시는 다음 달 1일 시청사 앞 광장에서 열 예정이었던 ‘인천애뜰 개장행사’를 지난 24일 전면 취소했다. ASF 추가 확산 방지하려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동참한다는 이유였다.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강화와 가까운 서구 청라에서 열기로 했던 ‘청라와인페스티벌’을 같은 이유로 취소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이미 강화 지역 전 돼지에 대한 살처분이 끝났고 방역초소도 발병농가를 제외하고 철수했다”며 “시기상으로 볼 때 ASF를 우려할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