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조국 인사청문회대책TF 유공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 수도권과 영남권 의원들 간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은 냉기류가 흐르는 반면, 영남권은 온기류가 가득한 양상이다.
보수대통합, 인적쇄신을 보는 견해도 수도권과 영남권이 갈린다. '조국 정국'을 거쳐 당이 상승기류를 탔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영남권과 달리, 수도권은 안심은 금물이라며 통합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기호 2‧3번 같이 나갔다간 수도권 '전멸'…"통합해야"수도권 한 의원은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이대로 가단 수도권 선거는 전멸 위기라는 목소리가 파다하다"며 "내년 총선을 보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의식 차이가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조국 정국'에서 총력전을 펴며 잠시 숨었던 당내 파열음은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로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대체로 영남권은 이른바 '집토끼'(지지층)를 결집하고 당이 상승 기류를 탔다고 자신하는 반면, 수도권은 '산토끼'(중도‧무당층)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 기류가 큰 것이다.
수도권의 우려는 여론조사 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37%, 자유한국당이 26%로,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1%포인트 상승했고 한국당은 1%포인트 하락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한국당 지지율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24%로 지난주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진 반면, 대구‧경북은 43%, 부산‧울산‧경남은 31%로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올랐다. 보수 텃밭에서만 약진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도권은 자생(自生)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역구 미용실을 돌아다니며 머리카락을 살짝씩 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벽기도와 관광버스 인사 등은 기본이다. 지난 6월 공천 '칼자루'를 쥘 수 있는 당 사무총장 인선 당시에는 수도권 의원들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모두 손사레를 쳤다. 지역 관리에 바쁘다는 이유에서다.
보수대통합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기호 2번(한국당), 3번(바른미래당)이 동시에 출마한다면 사실상 '전멸'이라는 위기의식이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사석에서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 유승민이 오면 무조건 도움이 된다"며 "안철수까지 오면 금상첨화"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통합에 부정적인 친박계 조차 통합에 공감하고 있다. '원조 친박' 윤상현 의원(3선‧인천 미추홀구을)은 "유승민이 돌아오면 가장 크게 환영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당 지도부를 향해 '수도권 대진표'를 서둘러 짜야 한다는 요구도 파다하다. 서울 광진을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5선)와 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간 맞대결처럼 상대방에 따라 '빅매치'를 꾸려 흥행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당내 중진들이 영남권 등 '양지'가 아닌 '험지'(수도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인적쇄신'에 대한 주문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느긋한 영남권…인적쇄신에 '민감'
절박한 수도권과 달리 영남권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우선 통합에 대한 시각부터 수도권과 차이가 있는 양상이다. 한 PK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유승민이 다급한 것은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라며 "유승민이 없어도 잘되는 집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친박과 달리 영남 친박은 통합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보수 분열'에 대한 반성부터 하고 오라는 주문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글이 실린 단체 문자를 주변 의원들에게 보내거나, 이를 근거로 지지율 우위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인적쇄신에도 미적지근한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당 고위 관계자로부터 '같은 지역구 3선 이상 불출마 필요' 주장이 제기되자, 영남권 의원들은 일제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내 3선 이상이 가장 많은 지역은 PK다. 한 PK 중진의원은 "총선 시즌이 다가오니 별말이 다 나온다"며 "그럴 만한 권한이 있는 사람의 얘기인가. 무책임하게 당을 흔들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김정훈(4선·부산남갑)‧윤상직(초선·부산 기장) 의원 등 애초 쇄신을 외치며 불출마 선언을 한 영남 의원들이 은근슬쩍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무성 의원(6선·부산중영도)의 경우 수도권 차출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황교안 대표 측근으로 포진한 영남권 의원들이 이러한 '안심'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표도 최근 당원들의 요구들을 많이 듣고 있을 것"이라며 "영남만 믿고 안심하다 수도권 민심이 영남을 강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