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52)씨가 26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창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과잉수사 논란이 지속중인 가운데, 수사의 공정성 담보 목적으로 운영중인 수사이의 심사제도의 경우 경찰의 과오수사를 인정키 어려운 소위 '셀프 판결' 시스템이어서 개선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8일 경기남부·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6~2019년 7월 현재까지 경기남부경찰청의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은 573건이었고 수사과오 인정은 17건(3.0%)에 불과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의 경우 같은기간 203건의 이의신청 중 4건(1.9%)만 과오수사를 인정했다.
경기남·북부경찰청을 통털어 이의신청에 대해 2.4%만 수사 과오를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과오수사 인정율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수사이의 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 중 전·현직 경찰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청 예규의 수사이의사건 처리규칙(제10조)에 따라 각 지방경찰청에는 수사이의 심사위원회가 설치 돼 있으며 위원은 지방경찰청장이 위촉 또는 임명하고 필요시 지방청장은 위원회를 소집하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22명의 심사위원 중 전직경찰 2명, 현직 8명 등 10명(45.5%)이, 경기북부청은 15명 중 전직경찰 2명, 현직 6명 등 8명(53.3%)이 경찰 출신이다.
이춘재 자백과 관련,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신빙성 검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전직 경찰외에도 경찰과 밀접 관련 있는 이들도 다수 심사위원에 포함전국 지방청으로 확대해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체 심사위원 285명 중 44.2%에 해당하는 126명이 전·현직 경찰인 것.
위원회의 과반출석과 과반찬성으로 의결하는 현재의 수사이의 심사제도의 운영방식상 수사이의 심사제도는 사실상 경찰의 과오에 대해 외부의 객관적 평가가 반영돼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경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인정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실제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경찰수사에 대한 이의신청 5,007 건 중 수사과오로 인정된 건수는 3.5%인 175건에 불과하다.
특히 각 지방청별 수사이의 심사위원회 위원 중에는 퇴직 경찰 외에도 경찰대학과 경찰 관련 학과의 교수, 경찰 업무 관련 법률자문 수행자 등 경찰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다수인 실정이다.
이같은 점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사이의 심사위원회가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과오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김병관 의원(민주·성남시분당구갑)은 "현재 수사이의 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의결구조를 볼때 억울한 피해를 입은 국민이 수사의 부당함을 제기해도 수사과오로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수사이의의 타당성이나 경찰의 과오 부분에 대한 적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경찰 출신이나 법률 전문가 대신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일반 시민들을 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등 구성과 의결구조에 전반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들을 고려,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 이라며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