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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갑이' 문재린 목사와 '고만녜' 김신묵 여사가 꿈꿨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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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린갑이' 문재린 목사와 '고만녜' 김신묵 여사가 꿈꿨던 세상

    [새로나온책]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 / 문영금, 문영미 엮음 / 삼인 펴냄

    문익환, 문동환 목사의 부모로 잘 알려진 故 문재린 목사와 故 김신묵 여사는 어린 시절 한 날 한 시에 두만강을 건너 이주한 북간도에서 결혼한 후 독립운동과 선교 활동에 힘쓰다가 해방 후에는 남한으로 내려와 생활했다.

    문재린 목사는 목회자이자 민족의 지도자로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평신도 운동에 전념하다 지난 1985년 소천했고, 그와 함께 한빛교회를 개척하고 교회와 야학에서 여성지도자로 활약한 김신묵 여사는 "나 죽거든 박수치며 보내달라"는 말을 남기고 1990년 세상을 떠났다.

    1973년 故 문재린 목사가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문 목사와 故 김신묵 여사.

     


    이 부부가 소천하기 전, 아들 문익환 목사의 권유로 적어 내려간 회고록이 문익환 목사의 별세로 완성되지 못한 채 30여 년간 미완성작으로 머물러 있다 이들의 손녀인 문영금, 문영미 씨에 의해 완성돼 지난 2006년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됐다.

    2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통일의집에서 만난 문동환 목사의 장녀 문영미 통일의집 상임이사는 조모인 김신묵 여사가 소천할 때 보였던 초인적인 모습에 감동 받아 그 힘의 원천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문 이사는 먼저 김신묵 여사의 삶과 함께 기독교의 역사가 여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해 한신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후 문익환 목사의 외동딸인 통일의집 문영금 관장에게 도움을 청해 문재린 목사와 김신묵 여사의 회고록과 녹취록을 함께 정리했다.

    ◇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 / 문영금 문영미 엮음 / 삼인 펴냄

     


    책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은 어린 시절 각각 '기린갑이'와 '고만녜'로 불리던 문재린, 김신묵 부부가 체험한 북간도 지역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북간도 지역에서 한민족 공동체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과정과 함께 북간도 여성들의 생활상과 해방 후 일어났던 민주화운동과 화해통일운동, 평신도운동 전개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단순히 한 부부의 생애를 살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기독교의 정신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통일의집 문영금 관장은 "일제시대를 북간도 지역에서 살았던 두 분의 증언은 개인적인 회고를 넘어 잊혀질 뻔 했던 한민족의 역사를 이어주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문 관장은 "그 시절에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했고 또 그 후에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에 그만큼 헌신하고 했던 것은 그만큼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합쳐져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도 그런 기독교 정신들이 다시 살아나서 교회가 사회의 통합에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영미 이사는 "조부모님이 일제에 맞섰던 것은 이 땅에서의 하나님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곧 기독교인들의 사명이라 여겼기 때문"이라며,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도 두 분의 삶을 통해 지금 이 곳에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에는 부모를 향한 문익환 목사의 추모글과 문재린 목사의 사상과 신앙을 조명한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글, 김신묵 여사의 삶을 연구한 문영미 씨의 논문, 문재린 목사 일가의 사진자료 등도 함께 실렸다.

    특히 책에 적힌 북간도 지역의 기독교 신앙 공동체와 민족운동사에 대한 기록은 최근 개봉한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의 주요 사료로 활용되는 등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3년 만에 2쇄로 다시 세상에 나온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은 전국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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