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가 일년새 87만명가량 급증해 7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규직은 오히려 줄어 현 정부가 내세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이 역주행중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748만 1천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의 661만 4천명에 비해 86만 7천명가량 급증한 규모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도 일년전 33.0%에서 36.4%로 3.4%p나 급증했다. 32~33% 사이를 오가던 비정규직 비중이 36%를 넘어서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이후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1년으로 34.2%였다.
(그래픽=통계청 제공)
2010년만 해도 비정규직 규모는 8월 기준 571만 5천명으로 33.2%를 차지했다. 2017년 657만 8천명에서 지난해 661만 4천명으로 4만명 늘었던 데 비하면 올해 결과는 그보다 22배가량 폭증한 셈이다.
다만 당국은 통계 방식의 변화로 이번 결과를 지난해와 증감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ILO(국제노동기구)의 종사상지위분류 개정안에 따라 올 3월부터 병행조사를 실시한 데 따른 결과란 것이다.
(그래픽=통계청 제공)
이날 브리핑을 자청해 나선 강신욱 통계청장은 "3월부터 실시한 병행조사 효과로 그동안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를 추가로 포착해 올해 조사에만 35만~50만명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그 증감비교는 이용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으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합동브리핑에 나선 기획재정부 김용범 제1차관과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 역시 "이번 경활 부가조사와 달리 다른 조사에선 기간제 근로자의 급격한 증가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노동자 수를 봐도 증가 폭이 과거 추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기간을 정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고용예상기간'에 대한 질문을 추가적으로 하다보니, 상당수 응답이 "없다"에서 "있다"로 바뀌며 이러한 급증세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강 청장은 "올해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파악되는 규모는 35만~50만명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추가 포착을 제외한 비정규직 증가 규모만 따져도 37만~42만명에 달해, 지난해 증가규모의 9~11배에 이르는 셈이 된다.
비정규직 가운데 한시적 노동자는 같은 기간 382만 3천명에서 478만 5천명으로 96만 2천명 증가하며 64.0%를 차지했다.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한 기간제 노동자는 379만 9천명으로 50.8%, 비기간제 노동자는 98만 5천명으로 13.2%였다.
시간제 노동자는 일년전 270만 9천명에서 315만 6천명으로 447만명 증가했다. 비전형 노동자만 207만 1천명에서 204만 5천명으로 2만 6천명 감소했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는 일년전 1343만 1천명에서 올해 8월엔 1307만 8천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정규직 비중도 일년전 67.0%에서 63.6%로 3.4%p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가운데 여자는 412만 5천명으로 55.1%, 남자는 335만 6천명으로 44.9%였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이 193만 8천명으로 25.9%를 차지했고, 50대는 157만 4천명으로 21.0%, 20대는 136만 2천명으로 18.2% 순이었다.
(그래픽=통계청 제공)
비정규직 증가 추세를 보면 노인 일자리 등 재정을 투입해 만든 정부의 고용 정책 방향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노인 일자리 참여자는 지난해 8월 52만 9천명에서 올해 8월엔 66만 6천명으로 13만 7천명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97만 8천명(13.1%), 사업시설관리와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은 86만 6천명(11.6%), 건설업은 85만 1천명(11.4%)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230만 6천명(30.8%),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116만 2천명(15.5%), 서비스종사자 113만 8천명(15.2%)이었다.
노동 형태를 자발적 사유로 선택한 비율은 55.2%로 2.2%p 상승했다. 다만 시간제 노동자는 0.8%p 하락했다. 현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 5개월로 2개월 감소했다. 주당 평균취업시간은 30.8시간으로 0.4시간 줄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6~8월 석 달간 평균 월급은 172만 9천원으로 일년전보다 8만 5천원 늘었다. 시간제 노동자를 제외하면 231만 4천원으로 13만원 증가했다.
사회보험 가입률을 보면 건강보험은 48.0%로 일년새 2.1%p, 국민연금은 37.9%로 1.3%p, 고용보험은 44.9%로 1.3%p 각각 상승했다. 시간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상승했지만, 한시적 노동자의 가입률은 하락했다.
김용범 차관은 "앞으로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기업의 자율적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노사와 함께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