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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왜 폭증했나…해명 감안해도 '역대급'

경제 일반

    비정규직 왜 폭증했나…해명 감안해도 '역대급'

    통계청 "국제기준 변화로 조사 문항 바꿔…기존 통계와 단순 비교 안돼"
    새로 포착된 기간제 노동자 제외해도 비정규직 증가폭 역대 2위로 추정
    기재부 "재정일자리 사업 효과·비정규직 집중 업종 고용 개선 영향 클 것"

    임금근로자의 근로형태별 규모(그래픽=통계청 제공)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새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폭이 전년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 급증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748만 1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661만 4천명보다 86만 7천명 증가한 결과로,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 노동자는 2055만 9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1만 4천명 늘었고, 정규직 노동자는 1343만 1천명에서 1307만 8천명으로 오히려 35만 3천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한 비중은 36.4%로, 전년동월대비 3.4%p 올라 이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기준 바꿔 기간제 최대 50만명 유입…기존 통계와 단순 비교 못해"

    이처럼 급격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한 데 대해 통계청은 관련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존에 포착하지 못했던 기간제 노동자가 새롭게 통계에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 3월부터 실시한 병행조사의 효과로 그동안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를 추가로 포착했다"며 "금년도 조사에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약 35만에서 50만 명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년도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며, 그 증감비교는 이용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ILO(국제노동기구)는 기존 종사상지위분류가 최근 고용형태를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국제 종사상지위분류를 25년 만에 개정해 지난해 권고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올해 처음으로 국제 종사상지위분류 병행조사를 실시했는데, 기존에 없었던 고용예상기간, 고용계약기간 등 '기간' 기준을 강화하고 임금노동자를 세분화하면서 기존 조사에 빠져있었던 기간제 노동자들이 새롭게 통계에 편입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본 조사에는 '고용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느냐?'는 문항이 있었는데, 병행조사에서는 예상기간을 묻는 문항이 추가됐다"며 "본인의 계약기간이 정해졌다고 환기시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응답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중(자료=통계청 제공)

     

    실제로 기간제 노동자는 379만 9천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50.8%를 차지했는데, 전년에는 300만 5천명(45.4%)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유형이 중복되는 경우를 감안해 재분류하면 기간제 노동자가 포함된 한시적 노동자 규모는 417만 7천명(55.8%)로 전년동월 329만 6천명(49.8%)보다 88만 1천명 급증했다.

    다만 통계청은 실제로 기간제 노동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조사방식의 변화로 착시 효과가 일어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에서 포착된 기간제 노동자는 179만 1천명으로, 오히려 전년동월대비 6.9% 감소(-13만 4천명)했다.

    통계청은 올해 정규직 노동자가 감소한 이유도 그동안 '고용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답해 정규직으로 집계됐던 노동자들이 대거 기간제 노동자로 빠진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해명 받아들여도 비정규직 역대급 증가…"재정일자리 사업 등 영향 컸을 듯"

    하지만 통계청의 해명을 받아들여도 이번 비정규직 증가폭은 역대 2번째로 높은 기록으로 추정된다.

    새로 추가된 기간제 노동자를 최대치인 50만명으로 가정해 걷어내더라도 이번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폭이 36만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존 최대 증가 기록은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03년에서 2004년으로 넘어가면서 78만 5천명 급증했던 때이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폭이 30만명을 넘어선 때는 2011년 8월(33만 9천명)과 같은 해 3월(30만 1천명) 뿐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로 좁혀 살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2018년 3만 6천명, 2017년 9만 7천명 증가한 데 비해 올해는 적어도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김용범 1차관은 "올해 들어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비정규직도 늘어났을 것"이라며 "전체 임금근로자가 51만 4천명 늘었으면 비정규직 비중이 33% 정도 되므로 그에 따른 증가가 약 15만~20만명 정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노인일자리 등 재정 일자리사업 확대 효과나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숙박·음식, 고용복지 분야의 고용개선, 서면근로계약서 작성 등 기타 제도 및 관행을 개선한 요인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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