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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양상' LG와 SK 배터리 전쟁…아전인수 해석에 평행선만

기업/산업

    '확전 양상' LG와 SK 배터리 전쟁…아전인수 해석에 평행선만

    '영업비밀 침해'로 시작, SK반격에 '특허침해'로 확전
    미국특허 'US 7,662,517' 두고 서로 딴소리
    SK "2014년 LG가 패소, 합의 요구한 특허로 또 소송"
    LG "같은 특허 아냐…특허법상 별개 특허"
    SK, LG 모두 한방은 없고 여론전만 계속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기술 탈취'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싸움이 '특허침해' 소송으로까지 번지면서 실타래가 더욱 꼬이고 있다. 하나의 특허를 두고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아전인수 해석으로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초기부터 '여론전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소송이 진행될수록 거친 표현이 오가고 있다. 상대 회사의 압수수색 사실을 언론에 자료 형식으로 뿌리는가 하면 과거 최고 경영자 간의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 문제의 특허 두고 서로 딴소리…쟁점은?

    현재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소송은 지난 4월 낸 '영업비밀 침해'와 9월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다. 두 소송 모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제기했다.

    LG화학의 특허 침해 소송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8월, LG화학을 특허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결국 배터리 기술 탈취 문제로 시작된 두 회사의 싸움이 특허권 침해 문제로 번진 형국이다.

    최근 쟁점이 된 특허는 LG화학의 미국특허 'US 7,662,517'이다.

    LG화학은 이번 특허 침해 소송에서 자사의 특허 총 5건을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US 7,662,517은 그 중 한 개이다.
    LG화학이 지난 9월,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면서 낸 소장 일부.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문제 삼은 특허 US 7,662,517이 과거 더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한 한국 특허 KR 775,310와 동일한 특허라고 주장한다.

     


    다만 해당 특허를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US 7,662,517은 과거 LG화학이 한국에서 특허 침해로 자신들에게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하고 합의까지 요구한 특허 'KR 775,310'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한다.

    당시 합의도 '해당 특허(KR 775,310)로 다시는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던 만큼 이는 명백한 합의 파기라는 것이다.

    LG화학의 입장은 다르다.

    과거 합의한 KR 775,310에 대응하는 특허가 이번에 소송을 낸 US 7,662,517은 맞지만 특허법 상 두 특허의 권리는 각기 독립적인 전혀 별개의 특허라는 것이다.

    특허법 내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인 권리를 갖는다. 결국 LG화학의 주장은 한국에서 낸 특허와 미국에서 낸 특허는 특허등록 국가가 다르고 독립적 권리를 갖기에 서로 다른 특허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합의서 자체도 KR 775,310과 관련해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지 그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US 7,662,517 특허를 두고서 SK이노베이션은 대응 특허인 KR 775,310 소송 당시 더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파기했다고 해석한 반면 LG화학은 특허법 상 두 특허는 엄연히 다른 특허라고 맞서고 있다.

    ◇ '여론전 말자'며 맹비난…도돌이표 싸움

    배터리 핵심 인력 채용을 통한 기술 유출 다툼으로 시작된 두 회사의 싸움이 특허 침해 문제로 번지면서 두 회사 간의 감정 싸움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소송 초기부터 여론전은 최대한 자제한다고 밝혔지만 '주장→ 반박→ 재반박'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계에서 보기 힘든 모습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과거 2014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서. LG화학은 "KR 775,310과 관련해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있을뿐 그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명예 훼손 등의 이유로 LG화학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자 LG화학은 "산업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고 국익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을 냈다"며 맹비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8월,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 침해로 제소하면서 "LG화학의 상당수 제품이 이번 제소 대상에 해당된다"며 "LG그룹에 타격이 예상되고 배터리 사업도 재편될 것"이라고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9월에는 두 회사 CEO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만남도 가졌지만 바로 하루 뒤부터 다툼은 더욱 과격해졌다.

    CEO 만남 하루 뒤인 지난 9월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압수수색 하자 LG화학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관련 안내 자료를 배포했다.

    LG화학은 '경쟁사 경찰 수사 보도 관련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며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법원도 이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허 침해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두 회사의 고위급 임원이 서명한 합의서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8일 '합의 파기 건과 관련한 팩트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는 제목으로 합의서를 공개하며 "한국 특허와 관련한 특허로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시작된 배터리 관련 소송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도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두 기업이 소송을 벌이는 것은 결국 크게 보면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가 되는 싸움, 대외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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