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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X세대' 김정은을 제대로 읽고있나

통일/북한

    [한반도 리뷰] 'X세대' 김정은을 제대로 읽고있나

    ■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자료사진)

     

    ◇ 홍제표 > 1주일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발언은 여러모로 이례적입니다. 무엇보다 '선임자'를 비판한 것은 북한체제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시설이라며 남측에 격한 감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달 전 문재인 대통령을 대할 때의 공손한 태도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북측은 어제 금강산 실무회담 제의도 거부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는 그 독특한 리더십을 다시 주목하게 합니다.

    ◆ 김덕기 > 김 위원장의 변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 홍제표 > 가장 큰 계기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좌절을 맛본 것이겠죠. 최근에는 백두산 '백마 등정'이 상징적 변곡점이 된 것 같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위대한 사색의 순간"을 통해 세상이 놀라는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1주일 뒤(보도 날짜 기준)에는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시설 철거 지시를 내렸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백두산 구상의 1탄'이라고 성격 규정했습니다. 기존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난 김정은식 노선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 김덕기 > 김정은 노선, 어떤 것일까요?

    ◇ 홍제표 > 일단 금강산 발언의 핵심은 백두산 등정에서 밝힌 자력갱생, 자력부강입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는데 왜 남측에 금강산 부지를 떼어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신세가 됐느냐고 질책한 것입니다.

    ◆ 김덕기 > 그럼 앞으로 한국의 참여는 거부하겠다는 건가요?

    ◇ 홍제표 > 아직 최소한의 여지는 남겨뒀지만 남측과 일정한 선을 긋고 독자개발에 나설 뜻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금강산 실무회담 제의를 하루 만에 즉각 거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는 것은 시설 철거 문제 외에 다른 것은 관심 없다는 강한 의사 표시입니다. 남측에서 합당한 반대급부를 제시한다면 모를까, 그냥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이죠. 좋든 싫든 민족 공조와 동질성을 추구했던 선대 지도자와는 다른 방식입니다. 북한을 같은 민족보다는 하나의 이웃 국가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는 우리 젊은 세대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정은 위원장의 행동과 발언을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했던 발언과 궤를 같이 해서 해석하면 안 되고, X세대로서 한국 자체도 민족 성격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굉장히 쿨 한 입장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 같이 할 수 있고 아니면 그냥 '원 오브 뎀'이다 이런 식으로 보는 쿨한 성격의 관점이라는 것을 주목해서..."

    ◆ 김덕기 > 하지만 북한이 독자적 경제개발에 나서는 것이 가능할까요?

    ◇ 홍제표 > 객관적으로는 무리입니다. 제재 효과가 누적되면서 교역량이 급감했고 식량난까지 겹쳤다는 관측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무리 외화벌이용이라고는 하나 관광단지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강산과 이어지는 원산 갈마 관광지구 개발 결과를 자랑하는 것을 보면 건설에 관한 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설계 역량도 튼튼"하다고 했고 "금강산에 세계적 문화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조선중앙TV 보도 내용을 들어보시죠.

    "건축물(남측 시설)들이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승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정말 꼴불견이라고 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김덕기 > 선대 지도자를 비판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 홍제표 > "국력이 여릴 적에(약할 때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였다고 심각히 비판"했습니다. '선임자'라는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북한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른바 '수령 무오류' 신화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미 2년 전 신년사에서 '능력 부족'을 자책하며 스스로 원칙을 깬 바 있습니다. 신비주의 운둔 전략을 택했던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대중친화적이고 실용·개혁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자신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 김덕기 > 그렇다면 이른바 '김정은식 노선'이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홍제표 > 김 위원장의 행보는 모순적이라고 할 만큼 이중적입니다. 애민정치와 공포정치가 공존하고, 경제를 중시하면서도 핵·미사일 개발은 선대를 능가할 만큼 호전적입니다. 하지만 바탕에 깔린 공통점은 자존심과 자신감입니다. 한 탈북자 출신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금강산 메시지에서 가장 눈여겨 볼 곳은 "국력이 여릴 적에"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우리 국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과시한 대목이란 설명입니다. 남측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제안했음에도 남측 반응이 없는 것에 큰 실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금강산 발언은 최후통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연말 비핵화 협상시한이 지나 '새로운 길'을 걷게 되면 남측과도 영영 남남으로 지내겠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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