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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맥박 있는데도 헬기대신 배로 4시간 넘게 이송하다 숨져

사건/사고

    세월호 희생자, 맥박 있는데도 헬기대신 배로 4시간 넘게 이송하다 숨져

    헬기로 20분 거리, 배 3차례 갈아타며 4시간41분 흘러
    헬기 3대 마주쳤지만, 해경청장·서해청장 태워
    유가족들 "살릴 수 있었다…명백한 국가 살인"

    (사진=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희생자가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헬기를 이용한 응급이송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희생자는 헬기 대신 해경 함정으로 이송됐다. 헬기로 이송됐다면 20여분 거리인 병원까지 총 4시간41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해경은 해당 희생자를 '익수자'에서 '사망자'로 처리했다.

    ◇20분 거리 4시간41분 걸려 이송...사망자로 간주한 듯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대형 재난 발생 시 국가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구조하고, 구조된 사람은 최대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또 사망 판정을 내리기 전까진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조사 결과, 참사 다시 이런 구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이던 A군은 사고 당일 오후 5시24분에 처음 발견됐다. 해경은 A군을 '환자'로 부르면서 응급처치를 하고, 더 큰 배로 옮겼다.

    같은날 오후 5시47분 해경 소속 응급구조사가 "해당 남성 호흡이 없고, 산소포화도가 제로"라고 판단했지만, 5분 뒤인 오후 5시52분 원격 의료 시스템이 연결됐고 병원 의사로부터 지시를 받으며 응급조치를 한 결과 산소포화도가 69%로 높아졌다. 불규칙하지만 맥박도 확인됐다. 없던 호흡이 잡힌 셈이다. 정상인의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이다.

    사회적참사 특조위, 세월호 구조수색 적정성 중간발표.(사진=연합뉴스)

     

    이를 지켜보던 목포의 응급센터 의사가 오후 5시54분에 CPR(심폐소생술)을 지속하면서 병원으로 응급 이송하라고 지시했고, A군은 헬기 이송을 위해 의무실 밖 헬기장 근처로 옮겨졌다.

    응급헬기가 도착한 건 오후 6시35분. A군을 헬기에 태우려는데 갑자기 "익수자(A군) P(112)정으로 갑니다"라는 방송이 울렸다.

    위원회에 따르면 P정은 참사 당일 숨진 희생자를 육지로 옮기던 배였다. 위원회 관계자는 "해경이 A군을 P정으로 옮기라고 지시한 시점에 이미 사망자로 판단한 것 같다"며 "A군은 P정으로 이송된 후 CPR이 중단됐고, 공식 문서에서도 사망자로 간주됐다"고 설명했다.

    A군은 이후 2개의 배를 더 갈아타고 오후 8시50분에야 육지에 내려졌다.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한 건 오후 10시5분. 만일 오후 6시35분에 헬기로 옮겨졌다면 도착했을 시간인 오후 7시쯤보다 3시간이나 더 흐른 뒤였다.

    ◇헬기 3대 눈앞에서 보내..해경청장 등 고위 간부들 태워

    이날 A군이 마주친 헬기는 총 3대다. A군을 태우기 위해 왔던 응급헬기 외에 2대가 더 있었다.

    헬기 2대는 각각 김수현 서해청장과 김석균 해경청장을 태우고 사고 현장에서 육지로 날아갔다. 당시 해경 지휘부였던 이들을 태우느라 사고현장에 있던 A군을 태우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완익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수현 서해청장은 오후 5시40분쯤 3009함에 도착한 헬기를 타고 오후 5시44분 이항했다. 김 청장은 이후 목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 참가했다. 김석균 해경청장은 6시35분쯤 도착한 헬기를 타고 오후 7시쯤 육지로 떠났다.

    A군은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8시40분까지 같은 배인 3009함에 머무르고 있었다. 두 헬기 모두 탈 수 있던 셈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A군의 상황을 당시 헬기를 타고 이동했던 지휘부가 인지했는지 여부 등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며 "향후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당시 목포해경 상황보고서에는 헬기 11대와 항공기 17대가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위원회 조사 결과, 이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영상 자료를 보면, 대다수 헬기는 팽목항에서 대기 중이다.

    장완익 위원장은 중간 조사결과 발표 배경에 대해 "참사 당시 구조 수색 활동의 문제점을 짚어,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적절한 구조 수색 활동이 이뤄지도록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발표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발견됐을 때 살아있던 아이(희생자)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희생됐다는 것"이라면서 "원격 진료하던 의사 지시대로 헬기로 이송했다면 살 수 있었던 아이다. 해경은 생명을 고의로 죽였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왜, 무엇 때문에, 누구 지시로 이런 일을 한 것인가"라면서 "사참위가 발표한 조사 내용을 철저히 수사하고 기소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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