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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를 낸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법무부 훈령이 발표되자, 언론 및 법률에 능통한 각계 학자들은 언론의 자유나 국민 알 권리 등을 침해하는 등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오보 언론사 취재 배제?..."위헌요소 다분"
법무부가 지난 30일 공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언론사들은 물론 학계와 법조계, 정치권 등의 우려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법무부 새 훈령에는 언론이 사건 관계자나 수사업무 종사자에 대한 명예·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쓸 경우, 해당 기자의 브리핑 참석 및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보'와 '인권침해'에 대한 기준이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처의 자의적 판단으로 제재를 가하는 이번 조항에 대해 학자들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의 감시대상인 행정기관이 오보를 판단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언론을 배제하는 힘을 갖겠다는 뜻"이라면서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언론사가 오보를 낼 경우, 정정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오보를 낸 사실 만으로 취재의 자유를 박탈할 수는 없다"며 "헌법재판소에라도 회부된다면 바로 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도 "언론의 자유는 국민 알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오보와 알 권리가 충돌한다면 헌법 정신에 따라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검찰의 태도와 이번 결정은 모순된다"며 "검찰 권력을 약화하기 위해서는 되레 언론 앞에 투명하게 (수사 과정이)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오보 판단해서는 안 돼...'정부 독점주의' 우려도오보의 기준이 정부에 의해 판단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정부기관이 나서서 오보를 판단한다는 전제가 잘못됐다"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판단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보를 판단하는 자체가 상당히 애매할 수 있고 사안별로 판단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보니까 제재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오보를 판단하는 주체도, 언론 제재하는 주체도 법무부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유홍식 교수도 "'정부 독점주의'로 가려는 나쁜 의도가 읽힌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또 "검찰 등 권력기관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은 여러 소스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려고 노력해왔다"며 "검찰 내부의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지 책임을 언론에다 모두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의 우려 속에 언론계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1일 성명을 통해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오보 판단의 권한을 행사하고 (기자의 검찰청) 출입까지 제한하려 하는 것은 의도와 방법 모두 의심하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법무부는 '검찰이 허락한 기자와 매체만 검찰이 내놓는 보도자료만 진실인 것처럼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이 규정안을 철회해야 옳다"고 촉구했다.
법무부 출입 기자들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법조 기자단은 조만간 법무부 김오수 차관(장관 대행)을 방문해 항의 의견을 전달하고, 훈령 제정의 절차·내용상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