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지도부 '투톱'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이은 실책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조국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나 원내대표는 조국 태스크포스(TF) 표창장 수여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황 대표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인재영입 1차 발표 대상으로 올렸다가 당내 반발로 철회하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보수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투톱 실책, ‘조국 사태’ 이전으로 지지율 하락투톱의 헛발질과 맞물려 최근 한국당은 지지율이 급락, ‘조국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1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자체조사, 10월 29~31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결과 더불어민주당은 40%, 한국당은 23%를 기록했다.
조국 전 장관 임명 직전인 9월 첫째주 정당 지지율(한국갤럽 자체조사, 9월 3~5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인 민주당40%‧한국당 23%와 같은 수치로, 사실상 ‘조국 사태’로 얻은 반사이익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결과(TBS 의뢰, 10월 28~30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한국당 지지율(10월 5주차)은 30.4%로 집계됐다. 10월 4주차 지지율이 32.2%(YTN 의뢰, 10월 21~ 25일), 10월 3주차 지지율이 34.2%(YTN 의뢰, 10월 14~18일)인 점을 보면, 3주째 하락하고 있다.
◇黃, 공감 얻지 못한 ‘박찬주’ 카드…영입 보류 당의 수장인 황 대표는 최근 박 전 대장 등 인재영입 과정에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인재영입 1호로 꼽히던 박 전 대장을 지난달 31일 인재영입 발표에서 배제했다. 박 전 대장은 황 대표가 지난 5월부터 삼고초려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입 1호' 인사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는 다수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점 직후인 2017년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논란'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청탁금지법 혐의에 대해선 2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아 현재 대법원 판결이 남은 상태다.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박 전 대장이 갑질 논란 수사에서 무고하다는 점을 증명한 만큼, 현 정부의 무리한 적폐청산을 겨냥한 카드로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장 카드는 확장성과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당내 수도권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1호 영입'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한국당의 약점인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없다고 나왔지만 이게 확장성을 의미하는 건 아닐뿐더러, 민주당이 구사하는 '적폐 프레임'에 굳이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수도권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집토끼인 영남층 우파를 결집시킨 후 황 대표가 추진하던 친여성‧청년 행보는 어디로 갔냐"며 "기획성 인재영입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실책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밀실 영입을 진행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조경태 최고위원 등은 박 전 대장 영입 발표설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출하며 황 대표와 각을 세웠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장 영입 번복 등 해프닝이 좀 있었지만, 그나마 '1호 영입' 발표를 막은 게 어디냐"며 "'박찬주' 카드로 어떻게 청년과 여성층에 외연 확장을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표창장‧가산점 논란 자초한 羅…지도부 자성 목소리도 나 원내대표 또한 표창장과 공천 가산점 논란으로 이미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달 14일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퇴 이후 나 원내대표는 인사검증TF 등 일부 의원들에게 50만원 상당 상품권과 표창장을 나눠주면서 구설에 올랐다. 한국당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자체 개혁 없이 단지 반사이익에 머물며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수사 대상자로 지목된 의원들에게도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돌출 발언을 해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현행법을 위반한 의원들에게 오히려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여야의 비판의 쏟아졌다.
이같은 실책이 반복되자,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원내대표는 자기 과오는 인정하지 않고 자리 보전에만 연연하고 있고, 지도부는 오락가락하면서 당이 혼돈 상태로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때문에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 또한 안갯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당초엔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원내 수장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며 나 원내대표의 유임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투톱'의 실책이 반복될수록 '지도부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어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조국 정국' 이후 부진한 기미를 보이고 있는 보수통합 작업에 황 대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통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황 대표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합의 문을 열어야 중도층까지 포섭하는 ‘빅 텐트’ 형성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