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이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대도시권 광역교통 비전 2030 행사에서 광역교통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등 전국 5대 도시권의 교통망을 개선하는 '광역교통 2030'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철도 계획이 구상에 그치는 데다 재원마저 막막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광역화'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기본적 원칙을 경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이를 발표하면서 "광역철도를 기존의 730㎞에서 1577㎞로, 도시철도를 710㎞에서 1238㎞로 연장해 철도 교통을 두 배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133분으로 OECD 평균인 28분의 4.8배에 달하는 등 고질적인 교통난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새로운 계획이라 불릴 만한 소재에는 '구상' '검토'만이 넘치고, 구체적인 재원 규모나 조달 방법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철도‧버스망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른 이번 계획에서 새로 공언된 것 가운데에는 고속 BTX(Bus Train eXpress) 도입, 주요 간선도로에 대심도 지하도로 신설 등이 있다.
하지만 각각 '연구용역과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거쳐 내년에 추진 방안 마련을 마련' '검토' 등의 수준에 머문 상태다.
정부가 특별히 방점을 찍은 철도 교통망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하철 6‧9호선을 경기 구리‧남양주시 등 수도권 동북권까지, 고양선을 고양시청에서 식사동으로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은 "이번 구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향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할 과제"라며 남겨뒀다.
(자료=국토교통부/그래픽=연합뉴스)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기준을 낮춘 것이나 광역교통 특별대책지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빼고는 거의 모든 '새 대책'이 첫 삽을 뜰 시기조차 짐작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가장 화제가 된 이른바 '새 GTX 노선'의 경우, 아예 '수도권 서부'라는 광범위한 대상지를 빼고는 그 어떤 것도 구체화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철도망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지역들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기‧종점이 모두 서부에 위치하는 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 균형 발전' 등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맥락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오는 2030년 서울 도심과 수도권 내 주요 거점은 30분대에 연결되는 등 대도시권 광역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밝혔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30분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발상이지만,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의 독립적이고 균형적인 발전에 대한 구상은 없는 셈이다.
지역의 경우에도 기존 진행 중인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것 외에 하단~녹산선을 경남 창원시까지, 대구2호선을 경북 성주군까지 각각 연장하는 것이나 광주~나주‧화순 광역철도 등의 '새 계획'은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할 '향후 과제'로만 남았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강명구 교수는 "이번 계획만을 따로 떼어 보면, '서울을 가운데 두고 더 빨라지고 편해진다'는 점에서 진전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서울 중심의 단극화 문제나 국토 균형 발전 등 꼭 고려됐어야 할 맥락이 보이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규모와 투입 예산 면에서 어마어마한 '선언'인데, 과연 이게 근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방향이 맞는가 의문스럽다"며 "철도, 버스, 도로 각각이 아닌 장기적이고 도시계획적인 차원에서 판단이 내려져야 했다"고 덧붙였다.
(자료=국토교통부/그래픽=연합뉴스)
철도의 경우 지역이나 지상‧지하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당 건설비가 1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에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국토부는 '다음 단계'에 공을 넘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런 광역교통사업은 대부분 국비와 지방비 매칭방식으로 진행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며 "향후 상위 계획인 광역교통시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할 내용이라 현재로선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에 '향후 10년간의 정책 방향'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협의와 재원 조달,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한 전체 과정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공수표'로 끝날 공산이 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