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전품목 관세 부과 등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p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의 조합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4일 펴낸 '중국경제의 위험요인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부의 경기하방 압력은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를 상당 기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중간 관세부과의 영향이 점차 확대되면서 실물경제 활동을 크게 제약하는 가운데, 기업 수익성 악화 등 취약한 기초여건이 상당 기간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성태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향후 6%대의 성장률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보면 1분기 6.4%에서 2분기 6.2%, 3분기 6.0% 등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미중간 관세부과의 영향에 더불어 중국 내부의 기초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화돼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들어 미중 양국이 타협 노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통상 갈등 재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미국이 올해말까지 대중 수입관세를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대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사진=KDI 제공)
KDI 분석 결과 미중간 관세부과가 모두 실현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주로 중국경제의 둔화에 기인해 0.3%p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중간 상호 관세부과로 중국이 받는 타격은 미국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에 부과된 관세율이 더 높고 부과 상품도 더 많을 뿐 아니라, 중국의 전체 수출 중 대미국 수출 비중이 미국의 경우보다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대부분은 미국의 관세부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수출 감소(공급채널)보다 중국 내수 감소(수요채널)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6.8%로 미국의 12.0%보다 큰 데다, 생산 측면에서 수직적으로 연결돼있다는 점 때문이다.
공급채널을 보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부과는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감소, 또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연쇄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수요채널 역시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부과는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감소, 중국의 소득과 내수 감소,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가 많다.
김 실장은 다만 "양국의 수입가격 상승 및 교역량 감소로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 증가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대 추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긴 하나 경기 급락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해 성장률 하락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 경제는 거시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경제 전반에 퍼져 있는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대외 충격에 대비하는 한편 경제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물적자원과 인적자원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부실기업 정리 등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