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왼쪽부터 세번째)과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네번째), 한창목 서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두번째) 등이 5일 서울청사 앞에서 문서감정과 관련한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 관련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제공)
# 1. A씨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를 28억원에 B씨에게 판 것으로 신고했다.
매수인인 B씨는 3년 후 이를 C씨에게 되팔면서 취득가격을 32억원으로 신고해 매매가액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서로 각자가 진본이라고 우기던 상황에서 국세청은 자필서명을 제출받아 각 문서 필적을 3D 현미경으로 대조해 감정했다.
감정결과 A씨가 사후 28억원짜리 이중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고 국세청은 과소 신고한 A에게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 2. D공업㈜은 몇년 전 세무조사 과정에서 임원보수 및 상여금 지급규정 등에 대한 주주총회 의사록을 제출했다.
하지만 당해 의사록의 제작시점에 의심이 가는 정황이 발견됐고 국세청은 전자현미경과 분광비교분석기, 색차계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주주총회 의사록 용지의 펄프 구조․색상, 첨가물의 재질, 투명도 등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해당 주총 의사록에 사용된 용지가 사후 제작된 것으로 확인돼 D공업은 지급규정 없이 임원들에게 임의로 지급한 상여금 수십억원을 세법상 비용으로 위장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D공업에 법인세 등 수억원을 추징하고, 의사록을 위조한 혐의로 조세범처벌법 제17조에 따라 과태료 수백만원을 부과했다.
이처럼 필적감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서 위·변조에 의한 탈세 적발과 추징이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은 2011년 6월 문서감정 업무를 시작한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약 8년간 1138건의 의심문서를 감정해 437건의 위·변조사례를 적발(적발률 38.4%)했고 2075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이 중 필적위조가 적발된 사례는 8년간 약 100여 건, 세수기여액은 1000억원에 달했다.
서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 아래 6명 규모의 국세청 문서감정팀은 최대 30만배까지 확대해 종이 재질이나 인영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 등 30여 종의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지방국세청과 세무서 등이 의뢰한 문서 위·변조 의심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세청은 자체 필적감정 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필적 분야에서 국내 기관이 KOLAS 인정을 받은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대검찰청에 이어 3번째다.
KOLAS 인정을 취득함에 따라 서울지방국세청이 수행하는 필적 감정 결과는 세계 103개국에서 국내와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KOLAS 인정을 통해 장비와 시스템, 전문성 등 문서감정 역량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게 됐다"며 "세무조사나 불복 등에서 문서감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증거력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