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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섭이 돌아본 올해… "좋은 게 훨씬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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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섭이 돌아본 올해… "좋은 게 훨씬 많았어요"

    [노컷 인터뷰] 영화 '니나 내나' 재윤 역 이가섭 ②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니나 내나' 재윤 역 배우 이가섭을 만났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가섭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10년 넘게 바둑을 배운 바둑기사 출신이다.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진로를 틀었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포털에 나오는 이가섭의 필모그래피는 단출하다. '복무태만', '양치기들', '재회', '폭력의 씨앗', '도어락', '니나 내나', 딱 6편이 검색된다. 하지만 연기는 꾸준히 해 왔다. 실제 출연한 장·단편이 30편 전후가 될 정도로.

    공효진과 함께 출연한 영화 '도어락' 개봉 무렵이었던 지난해 말, 이가섭은 2019년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자 옆에 '부족함을 채우는 한 해'라고 썼다. 관객들이 본인의 눈에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당시 '아직 오지 않은' 해였던 2019년이 두 달 남짓 남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가섭에게 물었다. 올해는 어떤 해였냐고. 이가섭은 "나쁠 게 없었다"라며 "좋은 게 훨씬 많았다"라고 답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장면이어도 좋다.

    장면은 (미정) 누나(장혜진 분)가 칼국수 먹는 장면! 그게 저는 되게 좋았다. 되게… 울컥하는 순간이기도 했고. 사실 앞에서 규림이(김진영 분)는 맛있게 먹고 (웃음) 경환(태인호 분)과 재윤은 되게 무덤덤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엄마(김미경 분)가 담근 마지막 김치이기도 한데, 그걸 보는 선배님 표정이 와닿았다. 저한테는 너무 와닿았다.

    바이킹 장면도 좋았다. 그렇게 잘 타지는 못하는데… (웃음) 보면 꽉 잡고 있다. 그 장면이 어떻게 보면 화해랄까 조금 마음이 풀린 장면 같기도 하다. 바이킹이 뒤로 오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꼈다. 저도 무덤덤하지만 나쁜 표정은 아닌 것 같고. 손도 들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좋은 장면이 많다. 차에 있는 순간도 다 좋았다. 마지막 장면은 워낙 많이 말씀하셨을 것 같아서… (웃음) 저도 물론 좋아한다.

    ▶ '니나 내나'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들 이야기도 듣고 싶다.

    워낙 행복했다. 이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배님들이 마음을 먼저 열어주셨다. 제가 먼저 열었어야 하는데… 저도 거기에 바로 동화되어 애교도 막 부리고 있고. (웃음) 애교가 있는 타입은 아닌데 선배님들한테 제가 애교를 부리고 있더라. 나도 다 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먼저 열어주시니까. 너무 행복해서 불안한 정도? 이 정도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진주에서 촬영하면서 숙소에 있을 때도 '끝나고 뭐 먹을까요?' 그런 게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진영 배우도 굉장히 귀엽게 선배들한테 잘하고, 한별 배우(앤디 역)는 처음부터 알고 있던 친구여서 편했다. 다들 너무 감사했다.

    이가섭은 '니나 내나'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거리를 두는 막내 재윤 역을 연기했다. (사진=명필름, 로랜드 스튜디오 제공)

     

    ▶ 이동은 감독의 전작 '환절기', '당신의 부탁'을 다 봤다던데 이것도 인연 같다. 이 감독과 작업해 보니 어땠나.

    감독님 되게 좋으시다. (웃음) 전 영화 촬영하는 내내 편했다. 감독님도 뭔가를 더 표현하라고 얘기는 안 해 주셨다. '가섭 씨 있는 그대로 하면 된다'고 해서 너무 편했다. 그냥 믿어주셨던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가끔은 '나를 낯설어하시는 건가?' 하기도 했다. 저랑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현장이 너무 재미있다 보니까 감독님하고 이렇게도 얘기하고 저렇게도 얘기하는데 잘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굉장히 잘 들어주신다, 감독님이. 또, 캐스팅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은 선배님들이랑 촬영한 게 최고의 추억이지 않을까. 감독님 작품을 같이하고 개봉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좋은 사람들 만나는 작업을 한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조금만 덜 추웠다면… (웃음) 추워도 마음은 따뜻했다. 마지막 촬영 날이 제일 추웠지만. 밤에 칼국숫집 문 두드리는 게 마지막이다. 추운데 뭔가 되게 훈훈했다. 현장 자체가 되게 좋았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찍었던 현장이 다 좋았지만, (이번에도) 너무 좋았다. 다시 한번 선배님들이랑 감독님이랑 촬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니나 내나'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세 배우(장혜진-태인호-이가섭) 모두 부산이 고향이라 기분이 더 남달랐을 것 같다.

    선배들이랑 GV도 하고 관객들과 서로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야외 무대인사도 하고. 부산이어서 좋았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웃음) 선배님들도 그러실 것 같았다. 관객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다 좋았다. 아무래도 첫선을 보이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게.

    ▶ '니나 내나'는 사는 게 달라 보여도 다 비슷하다는 뜻인데, 살면서 '니나 내나'의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음…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냥 누가 힘들 때 토닥토닥거리면서 '니나 내나 똑같다'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되게 긍정적인 건가? (웃음) 힘들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니나 내나 똑같지, 뭐 다른 게 있겠노' 싶은… ('니나 내나' 하는 걸) 확실히 경험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 '니나 내나'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극중에서도 계절이 바뀐다. 저한테는 뭔가 더 따뜻한 봄이 올 것 같은 느낌의 영화인 것 같다. 그냥 영화 많이 보러 와주시면, 극장에서 보시고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얻으실 수 있으시면 좋을 것 같다. 인호 선배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극장 나가셔서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전화 한 통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좋은 영화, 따뜻한 영화. 극장까지 (오는 길은) 춥겠지만 들어와서는 따뜻하시길 바란다. (웃음)

    이가섭은 첫 장편 주연작 '폭력의 씨앗' 주용 역으로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도어락'에서는 관리 1/한동훈 역을 연기했다. (사진=각 제작사 제공)

     

    ▶ 원래 바둑을 두다가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들어가면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로 안다. 그때와 지금, 본인에게 '연기'의 의미는 달라졌나.

    대학 들어와서 처음 시작했다. 마음가짐은 똑같은 것 같다. 어렵다, 아직까지는. (웃음) 할수록 어려운 느낌? 어렵지만 매번 하는데 재밌다. 그래서 뭔가 막막하거나 막연하다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 만나서 좋은 작업하면서 또 하나 경험해보고, 그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면 더 좋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경험 많이 못 해봐서 더 많이 하다 보면 제가 되고 싶은 배우가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려면 많은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만나서 촬영하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 어려움 속에 찾아오는 그 재미는 어떤 재미인지 궁금하다.

    그냥…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할 때인 것 같다. (캐릭터를 보고) '어, 이건 난데?' 하면서 동일시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인물이 살아온 게 다 다르니까. 그런 걸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런 재미인 것 같다.

    ▶ 데뷔작이 단편 '복무태만'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이 30편 전후라던데 어느 정도 되는지.

    '복무태만'이 첫 단편이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찍었다. 장편 주연 데뷔작은 '폭력의 씨앗'이고. 단편이 (포털에) 안 올라간 게 있을 거다. 꼭 주인공(인 작품)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 요즘도 오디션을 보나.

    네! 오디션 보고 있다. 계속 봐야죠. (웃음)

    ▶ 차기작은.

    아직 차기작은 없다. 이제 또 준비를 해야 한다.

    ▶ 올해 1월 1일 다이어리에 '부족함을 채우는 한 해'라고 썼다는 인터뷰를 봤다. 본인이 생각하는 부족함은 무엇이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어느 정도 채웠다고 생각하는지.

    아직 경험을 많이 못 했다는 게 부족한 점이자 제가 나아가야 할 점인 것 같다. 올 한해를 돌아봤을 때… 좋았다. 단편도 촬영하고 미쟝센영화제도 가고 부산영화제도 가보고 레드카펫도 서고. 내년에 준비 더 잘하라는 뜻인 것 같다. 항상 이맘때 '내년에 잘해야지' 한다. 뭘 더 잘할까는 생각은 안 하고. (웃음) '내년에 좀 더 끄적거려야지~' 그런 느낌인 것 같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쁠 게 없었다, 좋은 게 훨씬 많았으니까. 아무래도 '니나 내나'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끝>

    배우 이가섭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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