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로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들이 지난달 1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손태승 우리은행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를 거치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법안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9년째 표류중인 금소법이 이번 국회에서도 제정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 키코.동양그룹.DLF 사태 등 제정 이유 수두룩금소법은 금융상품과 관련된 정보제공부터 시작해 판매는 물론 사후관리까지 금융소비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판매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법안이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분쟁 발생시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금융사가 지도록 하고 있다. 청약 철회권과 위법한 계약 해지권도 도입했다.
10년 넘게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키코' 사태와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 등을 거치며 약자인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18대 국회 때인 지난 2011년 7월부터 금소법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번번히 처리가 좌절됐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분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함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는 금소법이 제정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8천억원에 달하는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금소법 제정에 더욱 힘이 실렸다.
청약 철회권과 위법한 계약 해지권 등을 규정한 금소법이 있었다면 가입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분쟁조정 과정에서도 입증책임이 금융사에 있어 이미 발생한 피해구제도 한결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 망언 규탄 집회에서 DLF·DLS 피해자비대위 관계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이미 물건너간 금소법, 소비자보호는 뒷전금소법 제정을 위한 제반 여건이 이렇게 무르익은 상황이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에서도 금소법 제정이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소법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인데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24일 열린 회의에서 "이렇게 하다 보면 어디 무서워서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겠냐"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 의원들은 금소법 제정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시 의견이 갈린다.
정무위원회 소속 한 야당 관계자는 "이 법으로 정말 금융소비자를 보호할수 있는지 내용을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보다는 어떤 부분에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1일에 법안소위가 열릴텐데 그 때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제대로 논의가 어렵다"면서 "그러면 12월 정기국회때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야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월 정기국회 이후에는 여야 공히 총선모드로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마디로 20대 국회에서는 더이상 금소법 제정이 논의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회장은 "금융소비자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금소법이 당리당략 등 여러가지 이유로 처리가 미뤄지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도 금소법 제정을 장담할 수 없어 국회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