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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히딩크와 박지성처럼…이임생 향해 달린 고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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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히딩크와 박지성처럼…이임생 향해 달린 고승범

    수원 미드필더 고승범(가운데)은 자신을 믿고 FA컵 결승 2차전 선발 기회를 준 이임생 감독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기쁨을 함께 나눴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가 노력하는 모습을 믿고 기회를 주셔서 골까지 넣었잖아요. 그래서 감독님 생각이 나서 달려갔어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21세 어린 국가대표 박지성은 포르투갈과 조별예선 3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벤치로 두 팔 벌려 달려간 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 시작됐다.

    17년이 흘러 팀도, 선수도 바뀌었지만 비슷한 상황이 다시 한번 연출됐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대전 코레일의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이 경기에서 수원 미드필더 고승범은 전반 15분 수원의 선제골을 넣은 뒤 이임생 감독을 향해 달려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세리머니로 감동을 줬다. 그리고는 후반 23분 다시 한 번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대전 코레일을 무너뜨렸다.

    결국 수원이 김민우와 염기훈의 골을 더해 4대0으로 승리하며 통산 5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한 이 경기는 2016년 프로 데뷔 후 수원의 백업 멤버로, 2018시즌 대구FC로 임대를 가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던 고승범의 인생 경기가 됐다.

    이임생 감독은 시즌 내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도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해야 했던 고승범이 FA컵 결승 2차전에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자 이제는 후보가 아닌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고 기뻐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고승범은 마치 박지성은 연상하게 하는 플레이로도 수원 팬 사이에 유명했던 선수다. 경기당 13km를 뛰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미드필드 전 포지션과 오른쪽 측면 수비까지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한 방’이 부족했다. 활동량 외에는 장점이 없는 선수라는 인상이 굳어지는 듯했던 고승범은 결국 지난 9월 28일 전북 원정을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의미에서 삭발하며 스스로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는 1만5천여 관중이 지켜본 안방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경기 후 만난 고승범은 “개인적으로 세 번째 FA컵 우승인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우승은 뛰지 못하고 지켜만 봤다. 기뻤지만 느낀 게 많았다”면서 “결국 준비한 만큼 잘 보여준 것 같다. 선수들이 다 같이 뭉쳐서 열심히 준비해 더 뜻깊은 우승이 됐다”고 기뻐했다.

    고승범은 수원에 입단한 2016년, 그리고 대구 소속으로 2018년 FA컵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2019년 자신이 선발로 나선 이번 결승에서 당당히 주인공이 됐다. 고승범은 결승골과 추가골을 넣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임생 감독은 “결승 1차전은 최성근과 이종성을 미드필드에 기용했다. 2차전 계획에는 고승범이 있었다.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이야기했다”면서 “고승범이 자기 가치를 보여줬으니 이제는 정체되지 않고 발전했으면 한다. 골을 넣고 달려오는데 ‘이제는 후보가 아니라 주전으로 우뚝 설 고승범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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