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측이 10일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신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재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금의 한국당으로는 보수재건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며, 쇄신 없는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선포한 셈이다.
한국당에선 통합 추진 의지를 밝히며 유승민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치르는데 통합 없이 현재의 한국당 간판으로는 어렵다는 기류도 작용하고 있다. 다만 당에 대한 '리모델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고민하는 모습이다.
◇변혁 "한국당과 통합 없다"…한국당 "통합 계속 요청할 것"한국당 보수대통합추진단(가칭) 단장에 내정된 원유철 의원(5선·경기 평택갑)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당추진기획단 단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통합보다는 신당 추진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신당은 신당대로 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끊임없이 통합을 하자 요청하고, 논의를 하고,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중진인 원 의원이 통합추진단장 역할을 맡은 것과 관련, '쇄신'과 맞지 않는다는 여러 지적에 대해 그는 "제가 5선 의원이고 원내대표하고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지냈는데 무슨 욕심이 있어서 단장 자리를 맡겠느냐"며 "보수 야권이 분열되선 안된다는 소명의식에서 한 것이다. 유승민 대표는 실질적인 실력과 내공이 저보다 훨씬 낫다. 존경하는 선배"라고 강조했다.
물밑에서 통합 실무를 맡은 한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우리는 구매자일뿐이고, 팔려는 사람은 그쪽이다. 지금은 팔려는 사람이 견적을 내는 단계다.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이라며 "얘기를 그분들이 하고, 우리는 묵묵히 계속 들어야 한다. 우리는 죽기살기로 영업(통합)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수장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선언했으나, 통합 '러브콜'을 계속 보내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물론 당내 통합 반발 세력은 변혁 측의 이번 선언을 두고 탐탁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 논의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라고 하는 국민들의 명령을 받든 것이다. 그런데 통합은 없다. 신당 창당을 하겠다하는 것은 정권 심판에 동조하지 않는 세력이고 반통합 세력"이라며 "지금이 지분투정을 할 때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도 "몸값을 올리려는 모습들이 너무 보인다"며 "지금 계속 조건을 걸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뼈를 깍는 '쇄신'과 '통합' 없이는 내년 총선 결과는 절망스러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 승부를 보기 위해선 유승민 전 대표를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국당이 간판을 내릴 정도의 쇄신, 지도부, 당협위원장 다 내려놓을 자세가 안되면 통합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정치문법을 넘어서 발전적 해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 역시 "영남에선 유승민이 오더라도 오히려 손해지만, 그렇다고 영남에서 우리가 선거를 지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수도권은 다급하다. 유승민이 오면 지는 선거도 이긴다. 대표도 이것을 잘 알 것이고, 내려놓는 자세에서 통합을 완성시키면 오히려 리더십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유승민 대표.(사진=윤창원 기자)
◇제 3지대 보수의 재건 vs 한국당 리모델링…통합 기싸움한편 변혁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유승민 전 대표의 개혁보수의 길을 재건하는 노력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전 대표의 제3지대의 길, 합리적 중도를 위한 길 역시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발언은 보수통합에 있어 한국당에 흡수통합이 아닌, 제3지대 통합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이 현재의 간판을 내릴 수 있는 정도의 '쇄신'이 필요하고, 개혁보수로 나와야 한다는 시그널로도 보인다.
또 정계복귀를 미루고 통합에 있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고 있지 않은 안철수 전 의원의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 권은희 의원 등 안철수계 의원들은 12월 미국으로 향해 직접 입장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대표는 보수통합의 조건에 있어 ▲ '탄핵의 강'을 건널 것 ▲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을 것 등을 줄곧 내세우고 있다.
최근 황 대표와 유 전 대표는 통합 논의에 나섰으나, 황 대표 측에서 개인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하고, 한국당 당내 기구인 보수대통합추진단에 친박계 중진 원유철 의원을 내정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유 전 대표 측은 통합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유 전 대표 측은 통합 협의체 구성을 중단하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결국 한국당의 통합 러브콜과 변혁의 신당 창당 추진은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분수령은 12월 초 상정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달려있기도 하다. 한국당과 변혁 모두 필사 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결판' 이후 통합과 신당창당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각론' 싸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에 대한 입장차도 있다. 유 전 대표 측은 '새집'을 짓자며 '재건축'에 해당하는 보수재건을 주창하지만, 황 대표 측은 한국당 당명 변경, 인적 쇄신 등 '리모델링'으로도 충분하다는 기류가 흐른다. 황 대표 측 한 핵심 관계자는 "당원이 300만명 되는 한국당이 어떻게 지금 집을 허물고 나설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