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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동건 韓中 '청천계획', 효과 거두려면…

경제 일반

    본격 시동건 韓中 '청천계획', 효과 거두려면…

    韓中 협력 확대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中 대기오염 막을 수단 여전히 부족
    유럽·북미처럼 구체적 이행 목표 및 계획과 감시제도 필요해
    한국이 미세먼지 저감 성과·과학적 근거 마련 못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도

    환경부 조명래 장관과 중국 생태환경부 리간지에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청천(晴天, 맑은 하늘) 계획’ 이행방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환경부 제공)

     

    최근 정부가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천(晴天, 맑은 하늘)계획'을 이행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봄겨울에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환경부 조명래 장관과 중국 리간지에 생태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청천계획 이행방안에 서명했다.

    그동안 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진행한 협력 수준은 학문적 차원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청천계획을 계기로 대기오염방지기술 인력 및 기술을 교류할 뿐 아니라 기상 관련 예보정보를 공유하고, 지상관측 지점도 확대해 관련 정보를 나누기로 했다.

    서울시립대 동종인 환경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중국과 한국은 대기물질에 관한 공동 연구 형태나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보고서' 발간처럼 전문 연구기관의 교류만 이뤄졌다"며 "기술 뿐 아니라 실제 대기오염 정보나 양국 정책 등 교류를 대폭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많은 기대를 받았던 '청천계획'이 본격 출범했지만, 당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오히려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는 지난 달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초미세먼지(PM2.5) 농도 감축목표를 초안보다 1.5%p 낮춰잡았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자 북부 지역 산업을 확대하도록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하향 조정했지만, 당장 한국이 이에 대해 대응할 카드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유럽, 북미 등 선진국처럼 구체적인 대기오염물질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강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유럽은 이미 70년대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 협약'을 맺고, 대기오염물질 이동과 영향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뿐 아니라 감축이행협약도 구체적으로 체결했다"며 "이번 계획은 아직 관련 자료를 구축하자는 초보적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의 협약 가입국은 언제까지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발생량의 상한선도 제한했다.

    최 활동가는 "그 결과 실제 대기오염물질이 40~80% 감소했다"며 "이 때 유럽 내 오염물질의 이동을 감시하는 감시 평가 프로그램도 작동했는데, 현재 청천계획은 이런 부분이 아직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캐나다가 맺은 대기질협정에는 상대 나라에 환경 피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사업, 정책을 미리 통보한다"며 "최근 중국이 한국과 가까운 산동반도에 대규모 화력발전소을 건설한다는 이야기로 시민들의 불안이 컸는데, 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신뢰를 쌓아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 정부도 지난 1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에서 밝힌대로 동북아 지역을 호흡공동체로 묶는 국제협약을 구축해 미세먼지 저감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에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차량 2부제가 시행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이런 가운데 중국에 대기환경 개선을 압박하려면 한국이 국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연구와 개선 노력에서 충분한 실적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제대 정우식 대기환경정보공학과 교수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며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이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제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묻는 일은 전적으로 한국의 책임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중국이 정보를 감췄다는 핑계로 막연히 중국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내놓은 자료를 꼼꼼하게 점검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이달 중순 발표될 '한중일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연구 보고서(LTP)' 결과 등 실증적인 자료를 토대로 협조를 요구해야 중국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중국이 기상 정보를 공유하며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다면 한국 역시 그에 대응할만한 객관적 성과를 제시해야 협상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연합 배보람 전환사회팀장은 "이미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도 심각하다는 사실은 환경부 조사에서도 드러나지만,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석탄화력은 단일배출원으로는 가장 비중이 높지만,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팀장은 "먼저 한국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감소한 사실을 과학적 근거로 확인하지 못하면 중국 정부에 미세먼지 줄이라고 말해도 설득하기 어렵다"며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더 활발하게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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