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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청탁, 한국에서 시작해 다른 나라로 퍼졌다"

금융/증시

    "채용청탁, 한국에서 시작해 다른 나라로 퍼졌다"

    美증권거래위 바클레이즈 제재 문건서 2009년 사례 드러나
    공기업·시중은행 가족·지인 인턴채용 등 대가 사업기회 확보

    2009년 바클레이즈와 국내 공기업·시중은행간 채용비리 사례가 적시된 미국 금융당국 조사보고서(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 공기업·시중은행 고위임원들이 외국계 투자은행에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청탁을 일삼았다는 미국 당국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투자은행이 아시아에서 5년간 벌인 이같은 행각의 시발점은 우리나라로 적시됐다.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의 아시아·태평양 본부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117명을 부정 채용했다. 이에 따라 63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1977년 국내에 진출했던 바클레이즈는 2016년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의 9월27일자 조사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수법이 담겼다. 바클레이즈는 한국 등 외국 정부의 관료, 공기업 임원, 민간업체 임원 등이 직접 청탁하거나 그들과 연관돼 있는 사람들을 '비공식 인턴'이나 정식 인턴,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대가를 챙겼다.

    2009년 4월 국내 한 공기업 해외담당 핵심 결정권자의 아들은 바클레이즈에 인턴으로 채용됐다. 이후 바클레이즈는 10억달러 규모의 해당 공기업 채권 발행주관사로 선정돼 약 97만1000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다른 공기업에서는 2009년 5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총 2명의 채용을 청탁했다. 바클레이스는 6월말 해당 공기업으로부터 115만달러 상당 수수료를 받는 15억달러 규모 채권 계약을 위임받았다.

    시중은행도 관여됐다. 2011년 10월 바클레이즈는 국내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의 딸에게 업무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두달 뒤 해당 은행의 5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을 맡아 30만달러 이상 수수료를 챙겼다.

     

    조사보고서에는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의 정황도 담겼지만, 이같은 채용 뒷거래의 시발점이 '한국'으로 적시됐다.

    보고서는 "바클레이즈는 2009년 4월 바클레이즈 코리아가 제안한 '비공식 인턴'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는 공식 인턴프로그램과는 별개였다"며 "이 관행은 한국에서 시작됐고, 나중에 다른 나라들까지 확장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공기업과 시중은행의 정확한 명칭이 적혀 있지 않다. 다만 바클레이즈와의 채권발행 업무 관계를 감안할 때 일부 공기업 등이 특정된다. 거론되는 공기업들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나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미국 당국의 보고서에 우리가 적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심받는 게 답답하지만, 최대한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다만 10년 전 사안인데다, 바클레이즈의 철수에 따라 의혹의 상대방 조사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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