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사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발행'을 내세워 수천억원대 투자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 업체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코인업' 대표 강모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코인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권모·신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11년이 선고됐다. 나머지 6명의 간부급 인사들에 대해서도 징역 6년에서 9년에 이르는 중형이 내려졌다.
이들은 '코인업'이라는 가상화폐 발행업체를 미끼로 수천명을 현혹해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약 4500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목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말과 함께, 패키지 상품에 투자하면 최대 200%의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외 주요 암호 화폐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한 가상화폐 '월드뱅크코인(WEC)'은 실제 가치상승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해 강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 담긴 가짜 잡지를 사업장에 비치해두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강씨 등이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용해 실체가 불분명한 코인을 매개로 다수 투자자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았다"며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후순위 투자자의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이 운용됐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의 범행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진 점, 피해액이 상당한 점 등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과의 합성 사진이 게재된 잡지까지 비치하는 등 그럴듯한 외관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범행했다"며 "범행수법의 조직성과 피해자의 수, 피해금액의 규모, 그로 인해 초래된 결과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규모 사기범행은 피해가 개인에 그치지 않고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거나 사회 전반의 신뢰 시스템에 악영향을 준다"며 "이 사건도 편취금액이 4000억원을 상회하고 피해자들이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겠다는 생각에 무리한 투자를 해 피해가 확대되는 데 일부 책임이 있다"며 "투자금액 전부가 강씨의 수익으로 돌아가지는 않은 점, 투자금액 중 일부가 몰수돼 일부 피해회복이 이뤄진 점,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은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과는 달리 "몰수재산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추징명령은 따로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