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 황교안 대표.(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황교안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와 통합하면 "당에 대혼란이 온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간 황 대표의 '보수 통합' 추진에 찬성 혹은 암묵적 동의를 해왔던 친박계에서 반발이 제기된 것으로 집단적인 목소리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황 대표는 지난 8일 강원도를 지역구로 둔 한국당 의원 가운데 4명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현안인 보수통합에 관련한 의견이 자연스레 오갔는데 대부분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성과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듣고 있던 김 의원이 이견을 드러냈다고 한다. "보수통합이라고들 하시는데 유승민 대표는 보수가 아니다. 그를 받는 건 통합이 아니고 오히려 분열이 될 것"이라며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보수통합을 얘기하는 국민도 많지만 한국당의 개혁이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며 "유 대표를 받아 공천까지 주게 되면 그동안 당을 지킨 누구를 자를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당이 공천 과정에서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광장에 나가서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쳐 온 그 많은 시민들이 화가 나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말을 듣던 황 대표는 "잘 들었다. 참고하겠다"라고 짧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발언은 원유철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을 맡고, 김재원 등 대구·경북(TK) 진박계 의원을 비롯해 그간 통합에 반대하던 의원들까지 유 대표를 환영하는 입장으로 바뀐 가운데 나온 것이다.
황 대표로선 일부 강경 친박계 및 '태극기 부대' 등의 반발을 제압하고 통합을 향해 정면 돌파를 감행할 수 있을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이날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이 자연스럽게 국회의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하고 우려를 표명한 건 사실이지만 그 자리에서 논쟁을 주고받거나 한 건 아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김 의원이 통합을 이뤄내는 방법론에서 다른 입장에 있는 건 틀림 없지만 이런 이견은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런 것도 얼마든지 지혜를 짜고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참석자의 경우 황 대표에게 "통합이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진정성 있게 임해 달라"며 "바른미래당 쪽이나 우리공화당 쪽 외에도 광장을 비롯해 당 밖에 많이 있는 자유우파 시민사회단체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한 산악회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진태 의원.(사진=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진태 의원은 만찬이 있던 날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10일에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공개석상에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산악회가 강원 춘천에서 개최한 행사를 찾아 "당이 유승민 대표를 받으면 보수는 통합이 아니라 분열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 주최 측 추산 1천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여의도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오찬 모임을 열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 쇄신안뿐 아니라 보수통합 논의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나갈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도 얘기를 하겠지만 주로 황 대표 말을 듣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오는 14일에는 영남 지역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