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지다니...' 12일 오후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0 대7로 대만에 패배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세계 야구 강호이자 최대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얄궂은 패배를 당했다. 서로 상대가 이겼던 팀에 덜미를 잡혔다. 그러면서 공공의 적도 생겼다. 중남미의 다크호스 멕시코다. 각각 올림픽 본선 진출과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 우승을 노리는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한국과 일본은 12일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나란히 졌다. 한국은 일본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만과 경기에서0 대 7 충격의 완패를 안았고, 일본도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 경기에서 3 대 4로 졌다.
두 국가는 나란히 슈퍼라운드 2승1패로 선두권에서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3승씩을 거뒀고, 11일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도 승리하며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과시했던 한일이지만 함께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슈퍼라운드 1차전 패배팀에 당해 더 아쉬움이 남았다. 대만은 멕시코에, 미국은 한국에 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한일이 꺾었던 팀과 바꿔 대결해서 당한 패배다. 대만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진 바 있다.
그러면서 멕시코가 슈퍼라운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멕시코는 12일 호주를 3 대 0으로 완파하며 슈퍼라운드 유일한 무패 행진(3승)을 달렸다.
사실 멕시코는 야구에서 정상급 국가는 아니다. 세계 랭킹 6위지만 한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야구 종가 미국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이 멕시코를 두 번 모두 이기는 등 역대 전적에서 5승 무패로 앞서 있다.
멕시코는 12일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호주와 2차전까지 승리하며 단독 1위로 치고 나섰다.(사진=WBSC 트위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멕시코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A조 조별리그에서 미국을 꺾는 등 3연승, 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11일 대만, 12일 호주에 모두 영봉승을 거두며 대회 5연승을 질주했다.
다수가 자국 리그에서 뛰지만 노엘 살라스(필라델피아) 등 빅리거 출신과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적잖게 포진해 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투수 등 전력이 강하다"고 경계심을 드러낸 멕시코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는 13일 일본, 15일 한국과 맞붙는다. 대회 우승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경기들이다. 일본과 한국으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이기도 하다.
일단 일본은 미국에 패배를 안으면서 대회 정상에 노란 불이 켜졌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화려한 출정식을 노렸다. 그러나 미국에 덜미를 잡혀 비상이 걸린 상황.
4년 전에도 일본은 자국에서 축배를 들어올리려 했으나 한국과 4강전에서 대역전패하며 씁쓸히 한국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반드시 멕시코를 잡아야 한다.
12일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미국-일본의 경기 모습.(사진=WBSC 트위터)
한국도 마찬가지다. 초대 챔피언인 한국은 이번 대회 2연패도 중요하지만 내년 올림픽 본선 티켓이 절실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챔프이기도 한 한국은 최근 아시아선수권에서 4위에 머물러 올림픽 최종 예선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남은 것은 프리미어12에 걸린 올림픽 직행 티켓이다.
만약 한국이 12일 대만을 잡았다면 올림픽 진출의 9부 능선을 넘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빼고 한국, 대만, 호주 중 최고 성적을 거둔 국가에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표로 본선 티켓 1장을 준다. 한국이 이걸 놓치면 최종 예선에도 나가지 못하는 터라 올림픽 챔피언이 불참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미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꺾은 한국은 대만을 눌렀다면 올림픽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슈퍼라운드 3승을 확보해 나란히 3패에 머문 대만, 호주에 넉넉히 앞서갈 수 있던 까닭이다. 그러나 대만에 지면서 한국은 슈퍼라운드 성적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1승2패가 된 대만이 남은 경기에 따라 한국보다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한국은 15일 멕시코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대만은 상대적으로 약팀인 미국(1승2패), 호주(3패)와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개최국 일본이 난적인 만큼 한국은 멕시코와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김경문 감독도 멕시코전에 총력을 기울일 각오를 드러냈다. 12일 대만전 뒤 김 감독은 남은 일정에 대해 "멕시코를 이겨야 다음이 있기 때문에 미리 일본전(16일) 걱정은 하지 않고 멕시코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도 마찬가지다. 미국전 패배 뒤 아나바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극동의 세계 야구 양강 한국과 일본의 '공공의 적'이 된 멕시코. 둘은 나란히 멕시코와 만난 뒤 16일 대회 최대 흥행 카드로 꼽히는 한일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