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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동맹인가 호구인가…미국이 야속해

통일/북한

    [한반도 리뷰] 동맹인가 호구인가…미국이 야속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사진=연합뉴스)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미국이 동맹인 한국에 대해 전례 없는 고강도 압박을 가해오고 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때문입니다. 방위비는 5배나 증액을 요구했고 지소미아는 사실상 일본 편을 들고 있습니다. 한때 '글로벌 호구'란 표현이 회자된 적 있는데 이쯤 되면 동맹인지 호구인지 헷갈릴 판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찌된 일인지 미국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재개 결정을 내려 북미협상 전망이 더 어두워졌습니다. 남북관계의 암초로 떠오른 금강산관광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미국 반대에 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든 형국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한미동맹의 그늘입니다.

    ◆ 김덕기 > 상식선을 벗어난 방위비 증액 요구가 가장 큰 관심인데요. 6조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맞습니까?

    ◇ 홍제표 > 공식 확인은 되지 않지만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초 국정감사에선 6조원설에 대해 그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수혁 주미대사는 "미국이 굉장히 큰 숫자를 요구하고 있어 진의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액수가 생각보다 늘어난 것이죠. 최근에는 한미 양측 모두 금액 자체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기존 협정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요소들을 인상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달라진 계산법을 적용해 금액을 대폭 높인 것입니다.

    ◆ 김덕기 > 지소미아 문제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죠?

    ◇ 홍제표 > 23일 0시부터 최종 종료되기 때문에 9일 남았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해왔고 최근에는 빈도와 강도가 더 세졌습니다. 내일 방한하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종료는 북한과 중국에만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어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비슷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공식 입장인 셈입니다. 조너선 호프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우리는 지소미아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북한의 활동과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중국의 큰 위협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덕기 > 최근 미국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잦은데, 미국이 이렇게 압박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뭔가요?

    ◇ 홍제표 > 일단, 원래 예정됐던 연례안보회의 참석 등이 목적인데 지소미아 시점과 공교롭게 겹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방위비와 지소미아 문제를 연계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고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방위비와 지소미아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결부돼있고 둘 다 핵심 요소입니다. 미국 국무부가 4일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는 역내 동맹국 간의 공조와 기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동북아의 핵심 축은 일본에 맡기고 한국은 하위 파트너로 삼되 이 둘은 지소미아 공조로 묶어놓는 한편, 방위비 등 기여도에 따라 동맹의 서열과 우선순위를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김덕기 >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뀌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우리로선 섭섭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 홍제표 > 미군 규모나 경제 여건에 비해 우리가 일본이나 독일보다도 이미 많은 돈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급격한 증액을 요구한 것도 문제지만, 지소미아 문제에 있어서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태도도 야속한 부분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최근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 결정을 내린 것도 여러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비록 축소 실시한다고는 했지만 연합훈련 형태로 부활한 것이어서 북핵협상 환경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발언입니다.

    "특히 미국 측 반응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훈련 자체의 의미가 중대하기 때문에, 꼭 이 시점에서 해야 될 사안이기 때문에 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전략적 고려를 담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 김덕기 > 이렇게 되면 국내 여론이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 않나요?

    ◇ 홍제표 > 통일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 유의수준에서 ±3.1%)가 잘 보여줍니다. 방위비 증액 반대 여론이 무려 96%(현행유지 71%, 감액 25%)에 달했고 지소미아 종료 지지 의견도 72%에 달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론 다양성을 감안할 때 이런 압도적 결과는 주목할 일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수 인사들조차 비판 대열에 나서는 이례적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옛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한 이정현 무소속 의원의 말입니다.

    "저를 포함한 동맹 지지세력들도 이런 요구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해서 상당히 실망스럽고 절망스러워서, 심지어는 반감까지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여당에선 과도한 방위비 인상시 국회 비준 불가 주장이나 공정협상 결의문 채택 제안 등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민단체는 물론 강원도 같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미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인데 미국 측 분위기도 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 전문가는 "한국 내에 반미 분위기가 확산될까봐 좀 걱정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한미동맹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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