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리뷰] '윤희에게', 눈물이 차오를 만큼 애틋한

영화

    [리뷰] '윤희에게', 눈물이 차오를 만큼 애틋한

    [노컷 리뷰]

    14일 개봉하는 영화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낸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확대이미지

     

    ※ 영화 '윤희에게' 내용이 나옵니다.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윤희(김희애 분)의 첫사랑 이야기다. 윤희는 첫사랑에게 편지를 받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기억을 꺼낸다. 첫사랑의 존재를 분명히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와 친구분을 만나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전을 준비하는 새봄(김소혜 분) 덕에 두 사람은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윤희와 첫사랑은 딱 한 번 만난다. 둘이 같이 보내는 시간은 영화상에서도 매우 짧다.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나눈 후에는 이렇다 할 말이 오가지 않는다. 소복이 눈이 쌓인 길을 그저 함께 걸을 뿐이다.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가 등장인물 입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에만 약간 노출된다. 두 사람의 시작과, 마음을 나눌 때의 이야기, 헤어짐, 재회까지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관객은 이 영화가 싱겁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보여준 거나 마찬가지라고 여길 수도 있겠고.

    그러나 '윤희에게'에는 은은하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애틋함과 절절함이 배어 있다. 일상을 보내며 거의 최소한의 말만 하는 듯한, 생기 없고 무뚝뚝한 윤희는 첫사랑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게 되면서 비로소 솔직한 얼굴을 드러낸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됐지만, 윤희에게 첫사랑은 지나간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 홀로 택시를 타고 찾아간 곳도 첫사랑의 집이었다. 그렇지만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마주칠 순 없어서, 문을 열고 나오는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벽 뒤로 몸을 숨긴 채 숨을 고르고 쿵쿵거리는 가슴을 달랜다.

    두 사람이 절절하게 사랑하는 사이였고 여전히 윤희는 첫사랑 때문에 마음이 요동친다는 것, 김희애의 훌륭한 연기가 그 개연성을 완성한다. 사랑하던 사람과 예상치 못하게 만날 수 있다는 떨림과 두려움, 간신히 몸을 피한 후 홀로 남았을 때의 안도와 쓸쓸함이 그의 얼굴에 오롯이 있다. 마주칠 뻔했을 때, 마침내 만나게 됐을 때 윤희의 눈에는 눈물과 복잡한 감정이 맺혀있다. 윤희의 얼굴에서 깊은 사랑을 발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김희애는 '윤희에게'의 타이틀롤 윤희 역을, 김소혜는 윤희의 딸 새봄 역을, 성유빈은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확대이미지

     

    '윤희에게'로 시작하는 첫사랑의 편지가 은유적이고 조금은 에둘러 마음을 전한다면, 윤희가 첫사랑에게 보내는 편지는 꽤 직설적이라 대조를 이룬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빠른 시대에 손편지라니! 그것만으로 신선하지만 편지에 담긴 가득 애정 덕에 모처럼 편지의 낭만을 추억하게 된다.

    '윤희에게'에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모양의 사랑이 등장한다. 성적 때문에 잠시 헤어지지만 서울로 가는 새봄의 앞길을 막지는 않겠다고 하는, 언제나 새봄을 먼저 생각하는 경수(성유빈 분)의 풋풋하고 깜찍한 사랑. 사랑했지만 웬일인지 외로움만 느꼈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다른 사람과 새 출발 하는 새봄 아빠(유재명 분)의 사랑, 말은 삐죽거리며 나가는 것 같아도 실은 서로를 누구보다 위하는 새봄과 윤희 모녀의 사랑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2018 들꽃영화상 극영화 신인감독상, 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을 받은 임대형 감독은 이번이 두 번째 장편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솜씨를 발휘했다. 흐름이나 표현 모두 막히는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잘 꿰인 데다, 너무 무겁지 않은 애상적 정서가 녹아 있어 '윤희에게'만의 특별함이 만들어졌다.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출신인 김소혜는 스크린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얼굴이라는 것을 '윤희에게'로 보여줬다. 초반 대사 처리가 전체적인 그림과 묘하게 빗나가는 느낌이었으나, 뒤로 갈수록 김첨지(무심한 척하지만 챙겨주는)다운 새봄의 매력을 살렸다. 윤희와의 예상 밖 개그 호흡이 흥미로웠다.

    별걱정 없이 태평하게 사는 캐릭터로 설정됐지만 여자친구 새봄을 가장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도우며, 한 발짝 물러선 배려의 연애를 하는 경수 역 성유빈 연기도 좋았다. 귀 기울이게 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라는 점을 뒤늦게 알아챘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동화 같은 풍경과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멜로.

    14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58초, 12세 이상 관람가, 한국, 멜로/로맨스.

    영화 '윤희에게'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개봉작이다.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확대이미지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