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DLS·DLF의 대규모 투자손실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종합대책이 14일 발표된다. 일부 상품의 은행 판매를 막는 등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직접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발표한다. 지난 4월 관련 분쟁조정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최초 접수된지 7개월만이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상품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울러 투자자 보호, 금융회사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종합대책의 줄기다.
세부적으로 은행·보험사에서의 일부 상품 판매 제한, 투자자 보호 장치·요건 강화, 금융사 내부통제 및 감독·제재 강화 등이 종합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분쟁조정이 진행 중인 하나은행·우리은행의 제재 관련 사항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종합대책 수립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연구기관, 소비자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은 위원장이 은행연합회 등 금융업권 협회 대표들을 서울청사로 불러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정부의 종합대책 이행을 업계에 당부한다.
이같은 연이틀 일정은 결국 금융업계에 대한 투자자 보호 강화를 압박하려는 금융위 방침을 보여준다. 금융위 수뇌부 투자자 보호를 잇따라 강조해왔다.
은 위원장은 소신이 바뀌었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까지 당국이 간섭하면 되겠느냐 생각했었는데, (DLF 문제 등이 터지다보니) 소신만 고집하기보다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좀 더 들여다봐야 되지 않느냐로 입장이 변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손병두 부위원장도 지난주 사모펀드 관련 정책 심포지엄에서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게 설정되게 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한층 두텁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판매 제한, 금융사 '내부' 통제 강화 등으로 발표될 대책이 '전면 통제'나 '선제 조치'를 촉구해온 국회·노동계 강경론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국회의원은 2015년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화근인 만큼, 가입액 하한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사모펀드 화근론'에 금융위는 동의하지 않는다.
금융위는 DLF 사태 규정은 "고위험 상품이 편법적으로 사모펀드 형식으로 판매돼 보호장치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것"에 그친다. 모험자본 공급 등 사모펀드가 가진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사태 역시 '선제대응 실패 뒤 사후 대책마련'이라는 기존 '공식'을 답습한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은행은 탐욕을 위해 금융소비자들을 제물로 삼았고, 금융위는 정책실패로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다만 입법을 거쳐 당국에 판매중단 명령권 등이 부여되지 않는 이상, 정부의 선제대응에는 한계가 불가피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은 9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