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지난해 온갖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서울예술대학교가 부실경영의 총책임자인 유덕형 전 총장에 대한 교육당국의 해임 요구도 무시한 채 정직 1개월로 경감시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다. 교육부는 지난 6월 학교측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통보받고도 유 전 총장이 스스로 사퇴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방정균 실행위원은 "(교육부가) 해임을 요구하고도 자진 사퇴를 인정해 준 건 수많은 사학들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총장이 언제든지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용인해 준 꼴로 교육부 스스로 해임된 교원는 3년 동안 재임용될 수 없도록 한 사립학교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실제로 유 전 총장은 지난 1979년 총장(당시 학장) 취임 이후 위기 때마다 학교법인 이사장(1994년)과 총장(2009년)을 오가며 권력을 휘둘러 왔다.
◇ 교육부 "퇴임해 재징계 못 한다"…사학비리 용인해 준 꼴13일 교육부와 서울예대 등에 따르면 서울예대측은 올해 2월 유 전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 결정 이후 유 전 총장은 곧바로 자진 사퇴했다.
유 전 총장과 그의 측근들이 저질러 온 온갖 비리들은, 지난해 3월 CBS노컷뉴스가 처음으로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취재결과 유 전 총장 등은 수험생들에게 돌려줘야 할 '입학전형료'를 자기들끼리 꿀꺽했고, 수 십억 원에 달하는 국비지원금도 '눈 먼 돈'처럼 새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다섯 차례에 걸친 집중 보도 이후, 실태조사를 벌인 교육부는 14건의 부정과 비리를 적발해 학교측에 유 전 총장의 해임을 요구했고, 교비 횡령혐의로 경찰 수사도 의뢰했다.
사립학교법 제54조는 교육부가 교원의 해임을 요구할 경우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르도록 하고 있어, 학교법인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유 전 총장을 해임시켰다.
◇ 시민단체 "비리 총장 복귀 위한 전형적 수법…교육부 재징계 요구해야"하지만 한 달 뒤 유 전 총장은 이사회 결정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 2월 소청위는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해당 사안을 학교로 돌려보냈다. 교원에 해당하는 유 전 총장의 징계가 학교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만 결정됐다는 이유였다.
소청위의 지적을 받은 학교측은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유 전 총장을 다시 해임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 하지만 학교측 징계위원회는 해임이 아닌 정직 1개월로 경감해 줬고, 유 전 총장은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끝나기도 전인 2월 말 스스로 물러났다.
서울예대측 관계자는 "횡령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징계위에서 (경감을) 감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벌과 형사벌은 엄연히 구별된다. 당시 교육부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을 해서 해임을 요구한 것"이라면서도 "정직 1개월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유 전 총장이) 퇴임을 해버려 재심의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예대측의 징계 과정이 비리사학 총장들이 학교로 복귀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방 실행위원은 "사학의 경우 학교법인 이사회와 총장이 한 통속인 경우가 많은 데 징계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징계 의결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많이 따지는 소청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서울예대처럼 시간을 끌다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사학들이 많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이어 "교육부가 그냥 봐주고 지나치면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관리감독기관으로써 교육부가 학교측에 분명하게 재징계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