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한국은행 제공)
신남방정책의 파트너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급속한 고령화 탓에 국가별로 정년연장 제도 도입이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장 20여년에 걸쳐 점진적 연장을 시도하는 등 부작용 완화 노력을 펼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조사국 박재현 과장 등 연구팀이 게재한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정년연장 추진 현황 및 배경'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도 출산율 저하와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7% 이상)에서 고령사회(14% 이상)로의 진입 소요기간은 선진국의 경우 50년을 넘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30년 이내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각국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만 개별국간 고령화 속도나 사회경제적 여건의 차이로 정년연장 추진 속도에 차이가 있다.
동남아 주요국의 정년은 남성 기준 57~62세 수준이다.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은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 최근 들어 정부안을 확정하고 62~65세로의 연장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상대적으로 추진에 미온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정년(62→63세)과 재고용 가능 연령(67→68세)을 각각 1년, 2030년까지 추가로 2년(63→65세, 68→70세) 연장하기로 했다. 10여년에 걸쳐 총 3년씩 연장된다.
공무원 정년의 3년(60→63세) 연장을 결정한 태국 정부는 민간근로자 정년 연장은 논의 중이다. 베트남은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매년 2~6개월씩 남성 근로자 정년은 2년(60→62세), 여성은 5년(55→60세) 각각 늘리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43년까지 매 3년마다 정년을 1년씩 늘리는 연장안을 2016년부터 시행 중이다. 2016년 56세이던 정년은 3년이 지난 올해 57세로 늘어난다.
반면 인구고령화 추이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정년연장에 신중하다.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60→65세 정년 연장론이 제기되지만 정부 차원의 추진은 없다. 필리핀은 오히려 공공부문 근로자의 조기퇴직(60→56세) 허용 법안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에서 정년연장이 추진되는 이유는 고령화 진전이 결국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동남아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 이후 고성장을 지속해왔지만 저출산·고령화는 걸림돌이 된다.
노동자의 퇴직 후 노후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동남아 국가는 공적연금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대체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인부양률 상승에 따른 연금재정 고갈 우려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정년연장 추진에서의 애로요인으로는 기업부담과 청년실업의 증가가 꼽혔다. 고령 근로자 비중이 올라가면 기업의 의료비 지원 부담이 가중되고, 청년 고용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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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실제로 고령화 속도, 청년실업 수준 및 기업부담 증가 등 여건에 따라 국가별 정년연장 추진 속도에 차이가 보였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거나 청년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에서 정년연장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동남아 주요국의 정년 연장 정책추진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부작용 완화대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연구팀은 "동남아는 정년연장을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기업의 비용부담 경감,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청년층 취업기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위해서도 기업의 직무 재조정 등 연령별·산업별 노동수급 미스매치 완화·보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