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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에 국내 최초 신재생에너지 민간환경감시기구 설립

사건/사고

    인천 동구에 국내 최초 신재생에너지 민간환경감시기구 설립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갈등이 남긴 것들
    정부, 수소안전법·주민수용성 의무화 추진

    지난 9월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주영민 기자)

     


    폭발 위험 등 안전과 환경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의 반발로 1년 가까이 표류한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민관환경감시기구를 만든다.

    이같은 결정은 최근 인천시와 동구, 시행사, 지역 주민들이 그간의 갈등을 끝내고 발전소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데 합의하는 대신 그에 따른 안전대책을 요구하면서 마련됐다.


    ◇ 국내 최초 신재생에너지 발전 민관 환경감시기구 설립

    16일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는 전날 동구 주민행복센터에서 주민보고회를 열어 최근 4자 회담에서 도출한 합의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시와 동구, 시행사인 ㈜인천연료전지, 대책위가 도출한 합의안은 ▲민관 안전·환경위원회 구성 ▲발전용량 증설 및 수소충전설비 금지 ▲시행사의 인천지역·교육발전지원기금 조성 ▲발전소 주변 지역 법정지원금의 동구 운영 ▲발전소 인근 방음벽 설치 ▲발전소 부지내 녹지 조성 등이다.

    이 합의안은 다음 주중 박남춘 인천시장과 허인환 동구청장, 전영책 인천연료전지 대표이사, 주민 대표 등이 서명할 예정이다. 합의안에 대표성과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은 민관 안전·환경위원회 구성이다. 이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구성된 첫 민관 환경감시기구다.

    국내에서 친환경을 강조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제외한 기존의 발전소에서 안전·환경을 감시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구는 원자력발전소 5곳과 당진 화력발전소 1곳 등 모두 6곳에 불과하다.

    동구 민간 안전·환경위원회는 주민이 과반수 이상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발전소 건설과 운영의 모든 과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발전소로 인해 안전사고와 환경피해가 발생하면 행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이들이 환경감시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6월 4자 합의체가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규명하기 위해 전문가집단을 섭외하기로 합의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시행사와의 고소·고발전 등으로 갈등이 격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건립은 수용하기로 했지만 아직 발전소의 유해 정도를 검증하지 못한 만큼 이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정부, 수소안전법·주민수용성 의무화 추진키로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갈등은 표면적으로 4자 합의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갈등은 현 정권이 탈원전 에너지정책 전환을 표방하면서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드러낸 국민과 정부 사이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대책위가 지난 9월 수소발전소 건립 갈등이 빚어지는 전국 6개 지역의 주민들과 연대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대응 전국행동’을 발족하자 한 달 뒤인 지난 10월 14일 열린 동구 수소발전소 주민설명회에는 정부 관계자와 환경 전문가들이 나섰다.

    당시 주민설명회에는 최연우 산업통상자원부 신에너지산업과장과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처장이 참석했다. 발전소를 지으려는 시행사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이들이 모습을 보인 건 정부 역시 이 사태를 중요한 사건으로 다뤘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되자 같은 달 1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수소발전을 허가·검토할 때 주민에 대한 설득을 비롯해 주민수용성 제고 활동을 의무화하겠다”며 “관련 법령의 시행규칙에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어 이달 7일에는 전국 수소시설의 안전점검과 개선 조치를 마쳤다며 ‘수소안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 “동구 수소발전소 갈등은 주민운동의 가능성을 드러낸 사건”

    동구 주민들은 수소발전소 갈등이 전국적인 사안으로 확대된 것에 대해 놀라는 분위기다. 인구 6만여명의 소도시에서 벌어진 주민 갈등이 전국 각지의 연대로 이어지는 경험이 이전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동구는 6·25전쟁 이후 형성된 피난민촌이 집중된 지역이다. 저소득 1인 가구 거주지역인 쪽방촌을 비롯해 적산가옥, 노후 한옥 등의 건물 형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역 상권 상가 주민들도 이 곳에서 70년 가까이 터를 잡아 살아온 고령 주민이 대부분이다.

    이번 갈등 사태에 동참한 주민 중 60대 전후가 가장 많았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20∼40대 청장년 인구가 많은 인천 송도와 청라 지역에 비해 동구에서 주민들의 집단행동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대책위 내부에서도 청장년 인구가 적어 갈등이 장기화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러번 나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종호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번 투쟁은 원도심 배제 정책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이를 전국적인 현안으로 확산시키는 계기였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투표와 총회 등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민주주의 실험이 펼쳐져 주민운동의 가능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주민들이 지역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사업은 2020년 6월까지 송림체육관 인근인 동구 염전로45 8920㎡ 부지에 9만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용량인 39.6메가와트(㎿)급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2017년 6월 인천시·동구·한국수력원자력·두산·인천종합에너지주식회사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지만 올해 초 주민들의 단식, 집회 등을 통해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수소발전소 건립사업이 진행 중이었던 강원 강릉·횡성, 경기 남양주, 대전 유성구, 충북 옥천 등 6개 지역 주민들이 연대해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반대 전국행동’을 결성하면서 전국 현안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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