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윤창원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여당 물갈이의 기폭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임 전 실장은 17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불출마 의사를 표했다.
임 전 실장은 정치에 입문한 86세대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그의 불출마 선언은 여당 내 86세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86세대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하고,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이들을 말한다.현재 민주당내 에서는 86세대 대표적 중진 의원으로는 이인영 원대대표, 우상호, 최재성 의원 등이 꼽힌다. 대부분 3선 이상의 중진이다.
게다가 임 전 실장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면서 정부 입각에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아예 정계은퇴 선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와, 현역 86세대 의원들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당내에서는 86세대에 대해 '정치를 오래 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거나 '자리를 비켜야할 때까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득권에 저항했지만, 이제 스스로가 기득권 세력이 돼버렸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청산론은 좀 억울한 것 같다"면서도 "386세대가 2000년쯤부터 국회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얼추 20년은 했다. 한 세대를 보더라도 어지간히 한 것"이라고 쇄신론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또 임 전 실장의 불출마는 총선에 대거 도전장을 낸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와대 내에서 가장 높은 직위인 비서실장으로 근무 했던 임 전 실장이 불출마를 밝힌 마당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대거 출마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에 대해서도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사석에서 이들에 대해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지, 특혜는 꿈도 꾸지 말라'거나, '청와대 출신인 것만 내세워 출마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취지의 압박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86세대 퇴진론이 불거지면서 더불어 당내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 요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중진들 중심으로 자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다 보면 다른 중진 의원들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3선 이상의 중진들을 중심으로 불출마 고심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선의 원혜영 의원(경기 부천오정구)이 불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최근 3선의 백재현 의원(광명시 갑)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불출마를 전제로 입각한 인사와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들까지 합하면, 물갈이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중진 물갈이론'이 비현실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구를 그만큼 닦아온 인물들도 없기에 총선 승리를 위해서 물갈이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이다.
총선에서는 지역구 판세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안 없이 함부로 물갈이론을 내세우다가는 해당 지역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구을에서 물갈이를 이유로 유인태 전 의원을 컷오프시켰다가 오히려 지역구를 빼앗긴 전례처럼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있다. 임 전 실장이 지역구 사정이나, 자신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한 거취 결정일 뿐이어서, '물갈이론'의 힘이 받기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