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장 홍준표 전 대표(왼쪽), 김세연 의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18일,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에게 "큰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사의를 표했다.
김 의원이 주장한 '전원 불출마' 요구에 홍 전 대표 자신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고향인 경남 창녕 등 영남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김 의원의 '물갈이, 인적 쇄신' 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김세연 의원의 한국당에 대한 질타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며 "특히 좀비 정치라는 말은 참으로 가슴 아픈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튼튼한 동아리 줄에 매달려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이 썩은 새끼줄이었다고 판명될 날도 머지않았는데 아직도 집단적으로 안개 속에서 미몽으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관성의 탓이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17일 선언을 통해 한국당의 처지를 '이미 죽은 상태에서 먹잇감을 찾는 좀비'에 빗댄 데 동의하는 발언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정치적 사망 사태를 깨닫지 못한 채 권력만 좇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부산 금정)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포함해 전 지역 의원들의 동반 불출마를 촉구했다. 정치적 수사법(修辭法)이 가미된 발언으로 지도부의 헌신과 특히 그간 쉽게 당선되는 특혜를 누려온 영남권 중진들의 불출마를 요구한 셈이다.
김 의원에 앞서 김태흠 의원도 지난 14일 서울 강남, 영남 등 한국당 '텃밭' 지역의 3선 이상 의원들의 불출마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그 대상 중 첫 '자기희생' 사례이기 때문에 당내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김 의원의 이 같은 외침에 말로 화답했다고 해서 행동 역시 부합하느냐를 놓고선 논란이 불가피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홍 전 대표의 경우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험지 출마' 요구를 묻는 질문에 영화 <친구>의 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를 언급한 데 이어, SNS를 통해선 "내년 총선에서 내 역할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과거 서울 동대문 등에서 당선됐던 사례를 거론하며, 험지출마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내 나라에 대한 마지막 충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평당원의 신분으로 마지막 정치를 재개하려 한다"고 했다. 영남에서 출마한다는 의사를 재확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 의원의 선언은 '영남권 물갈이' 내지 중진급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독려한 것과 같다. 홍 전 대표를 비롯해 영남 출마를 고수하고 있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겨냥하고 있다.
물론 황교안 대표에게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는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17일 "총선을 향해 뚜벅뚜벅 가겠다"고 한 데 이어, 이날 "충선 패배시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